지난해 초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차이나 리스크’였다. “다음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는 중국이 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등 각종 비관적인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다. 때마침 작년 초 중국 상하이증시가 폭락하자 그 여파가 미국, 유럽 증시로 번졌다.

중국 경제가 작년 한 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6.7%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차이나 리스크라는 말도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그래도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화 가치 하락, 미·중 간 통상전쟁, 채권시장 거품 등 각종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보다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돈 풀어 '경착륙' 막은 중국…성장서 안정으로 방향 바꾼다
◆부동산 중심의 경기부양책 약발

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 6.7%는 1990년(3.9%)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분기 성장률이 작년 3분기 6.7%에서 4분기 6.8%로 높아졌다. 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높아진 것은 2014년 4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작년 2분기를 기점으로 거시정책 기조가 ‘경기 부양’에서 ‘과열 억제’로 돌아섰는데도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6.5~7.0%)를 무난히 달성한 것 역시 고무적이다.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도 나쁘지 않다. 제조업 경기 선행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작년 8월 이후 5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웃돌고 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시사한다. 55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던 생산자물가지수도 작년 9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생산자 물가의 장기 하락을 중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불길한 징조로 봤다. 기업의 제품 판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결국 투자 부진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 경제가 선방한 주된 요인을 부동산의 경기부양과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서 찾고 있다. 2014년 이후 시작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지난해 중국 전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경제 성장세 둔화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성장률 달성 무리할 필요 없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5% 안팎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통화기금(IMF), HSBC 등은 6.5%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등은 6.4%로 관측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보다 낮춰 잡은 것은 중국 정부가 성장보다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데서 영향을 받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열린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회의에서 “너무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면 굳이 무리해서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으로 미·중 간 통상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미(對美)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2015년 기준)에 달한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4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은 87% 급감하고, 경제성장률도 4.8%로 떨어질 것으로 다이와캐피털은 예상했다.

◆올해 최대 리스크는 금융시장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은 지난 19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올해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실물경기보다는 금융시장에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작년 11월8일 미국 대선일을 전후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가 올해도 계속되면 외화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가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 조치를 쏟아내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2014년 이후 호황을 누리던 중국 채권시장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지난달 15일 국채선물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거래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한 데다 중국 인민은행도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자 최근 두 달간 채권금리는 급등(채권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 거품이 급속히 꺼지면 기업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채 급증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부동산 시장은 작년 12월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부진이 지속되면 시중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한 조정을 받을 경우 실물경기 급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부동산 가격 급락과 급등을 모두 막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중국 정부가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각종 금융시장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통화정책을 작년보다 다소 긴축적으로 운용하면서 이로 인한 실물경기 둔화 우려는 재정지출 확대로 방어해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