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굳이 일하지 않아도 좋은 미래 맞이할 수 있다고?
이따금 생각이 다른 사람의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팀 던럽의 《노동 없는 미래》는 노동의 미래를 다룬 책이다. 저자의 시각은 좌측으로 쏠려 있다. 기본소득 제도를 주장하는 결론 부분을 읽는 동안 불편했다. 하지만 노동과 일을 중심으로 미래를 다룬 내용은 넓은 시각에서 현재 진행 중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병호의 파워독서] 굳이 일하지 않아도 좋은 미래 맞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점점 더 많은 일상적인 일들이 자동화되고 있다는 것이 직장인과 사업가들에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과 그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에 대한 생각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굳이 일하지 않아도 좋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다소 믿기 어려운 결론을 제시한다. 결론에 동의하지 않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른 최신 정보와 지식은 유익하다.

7장으로 구성된 책이다. 일의 과거, 일의 현재, 로봇이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까, 애플리케이션이 내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인가, 기본소득제에 관한 고찰, 미래에 이르는 세 갈래의 길, 일이 없는 것과 일을 덜 한다는 것 등이다. 마지막 결론 부분은 현장을 뛰는 대부분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것이다. 그 점만 주의하면서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모든 활동을 폄하하고 정치와 같은 공적인 활동을 중시한 데는 뒤의 것이 영원성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본주의 사회는 일의 공적 성격과 사적 성격을 통합했기 때문에 일 없이는 누구도 삶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일이 앞으로 그 위치를 내놓게 될 것으로 본다. 물론 일반인들은 동의하기 힘든 주장이다.

이 책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읽어야 할 부분은 3장 로봇이 가져올 미래와 4장 애플리케이션의 파급효과에 관한 부분이다. 로봇이 미치게 될 일자리의 소멸과 그 반대되는 의견은 최근까지의 연구 보고서를 총망라해 잘 소개돼 있다. 미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데이비드 오토 교수의 논문은 “자동화와 노동이 상호보완 작용을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수입을 증대시키고 노동 수요를 늘린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직업은 ‘폴라니 역설’의 범주에 드는 일자리다. 폴라니 역설의 핵심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별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일들로서 누구도 명쾌한 법칙들이나 과정들을 밝힐 수 없는 것”이다.

우버처럼 각광받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기업들은 모든 노동자의 급여와 근무조건을 떨어뜨림으로써 가격을 낮추려는 분위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결론 부분에는 신자유주의나 기본소득제 등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알기 쉬운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시장에 익숙한 독자들은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