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차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의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어 핵무기 추가 감축을 끌어내달라고 당부했다. 또 퇴임 후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지만, 불법 체류 청년들이 추방 위기에 처한다면 적극적인 반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열어 8년 재임 기간의 성과와 소회를 밝혔다. 그는 미·러 관계에 대해 "양국이 건설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미국과 전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재임 기간 러시아가 '적대적 정신'으로 되돌아가면서 건설적인 관계 형성이 어렵게 됐다"고 회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핵무기 추가 감축을 위해 협상하려 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심도 있는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면, 양국 모두 핵무기 비축량을 줄일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두 국가 해법'은 물 건너 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팔 상황에 대해 "휘발성이 크다" 면서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은 지속할 수 없어서 심각하게 걱정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 갈등이 심화했다'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광범위한 투표 부정이 있다'는 통념에는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또 미국 땅에 들어온 쿠바인들을 비자 없이도 합법적인 주민이 되게 해주는 이른바 '젖은 발, 마른 발(wet foot, dry foot)' 정책을 폐기한 것에 대해서는 "미·쿠바 관계가 개선된 지금과는 맞지 않은 낡은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후 계획과 관련해 집필 및 대통령 도서관 건립을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임 후 몇 달 동안은 정치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행정명령을 폐지하려 한다면 가만히 입을 닫고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오는 20일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회견은 50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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