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시민구단 더비(derby)가 생길 전망이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활약할 부천 성남 수원 안산 안양 등 ‘경기권 시민프로축구단’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잇는 이른바 ‘외곽도로 더비’를 모색 중이다. 더비는 연고지가 같거나 라이벌 관계인 팀 간에 치르는 경기를 가리킨다. 프로축구가 산업적으로 발전한 유럽과 남미 등에서는 홈&어웨이 방식의 더비 매치를 큰 흥행 요인으로 꼽는다. 부천 등 5개 구단도 라이벌 구도의 더비 매치로 흥행몰이를 하면서 브랜드와 구단 가치를 높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는 포석이다.
K리그 챌린지 5개 시민구단 '외곽도로 더비' 선보인다
◆검증된 흥행카드 ‘더비’

세계적으로 유명한 더비 경기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FC의 ‘엘 클라시코 더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맨체스터 더비’,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과 FC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 등이다. 국내에선 K리그 수원삼성 블루윙즈와 FC서울의 ‘슈퍼매치’, 프로야구 서울 잠실 라이벌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더그아웃 시리즈’가 대표적인 더비로 꼽힌다.

더비의 효능은 유럽, 미국 등에서 이미 입증됐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FC의 엘 클라시코 더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경기마다 관중은 만원이고, 경기장 내 광고판은 평소보다 4~5배 비싼 가격에도 매진된다. 최경호 한국스포츠마케팅협회장(한림대 교수)은 “시즌 성적에 상관없이 더비매치 결과에 따라 팬들의 평가와 기업 후원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단 프런트와 선수들 사이에서 더비가 갖는 의미와 비중은 리그나 컵대회 우승만큼이나 크다”고 설명했다.

부천FC 구단주인 김만수 부천시장은 “K리그 흥행은 지금까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기업구단들도 해내지 못했다”며 “시민구단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K리그 시민구단 ‘뭉쳐야 산다’

올 시즌 시민구단 더비는 지난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소속이던 성남FC와 수원FC가 챌린지로 강등돼 기존 챌린지 멤버인 부천FC FC안양 등과 합류하면서 성사됐다. 2016시즌 챌린지 우승을 차지한 안산은 클래식 승격을 포기하고, 안산 그리너스FC 시민구단을 창단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시민구단이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구단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며 “시민구단의 취지와 콘셉트에 맞는 흥행 요소를 찾고 각 구단들이 경기도 시민구단이라는 큰 틀에서 스폰서십을 함께 유치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성남FC와 수원FC의 ‘깃발더비’ 사례에서 K리그 챌린지 시민구단 더비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 네 차례 맞붙은 두 팀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의 팽팽한 설전에 이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로 관심을 모았다. 수원FC는 지난해 3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첫 번째 더비에 1만2825명의 관중을 동원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김응렬 수원FC 단장은 “성남과의 세 차례 원정경기 당시엔 대형버스 20대를 동원해 대규모 원정응원을 펼쳤다”며 “지난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성남과의 더비에서 2승1무1패로 우위를 점하면서 지역 팬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이선우/유정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