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 차례 금리 인상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회복 기미를 보이는 수출에 먹구름이 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과 자본 유출로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리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수출 감소→기업 실적 하락→고용·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며 경제 회복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금리인상 '먹구름'에…수출 부진 장기화 우려
중국 중남미 중동 수출 위축될 것

15일 산업계와 연구기관에선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영향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추세적인 강세를 나타내면 달러로 표시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신흥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 경제가 침체되면 신흥국 대상 수출이 급감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 수출(1~10월 누적 기준)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1%로 미국(13.6%)과 유럽연합(EU·9.3%) 등 선진국보다 높다.

산업 현장에서도 신흥국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액 50만달러 이상 기업 2000곳을 대상으로 미국 금리 인상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중남미 중동 동남아 중국 대상 수출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 비율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신흥국 금융 불안은 경기 둔화로 이어져 우리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수출 개선 ‘갸우뚱’

미국 금리 인상은 거꾸로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인 점을 감안하면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화의 상대적인 약세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고 미국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미국 수출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위상을 감안할 때 신흥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론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나온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어 국내 기업이 누릴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수출기업이 원화 약세 등 우호적인 환경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흥국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건 확실하기 때문에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산 고용 투자 위축 가능성

수출 부진은 국내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6년 3분기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국내 기업(외부감사 대상 포함 2572곳) 매출은 2014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여파로 수출 부진이 더 길어져 기업 수익성이 하락하면 투자와 고용활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두한 NH농협금융지주 금융연구소장은 “수출 중소기업의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