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사실상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정했고, 친박(친박근혜)계 내에서도 일부 동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추가 담화 등 입장 표명이 탄핵안 가결의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비박계는 ‘탄핵 찬성’ 의원이 35명 이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새누리당 의원 수는 28명이다.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 소속의 김재경 의원은 5일 “내 판단으로는 ‘40+α’가 탄핵 찬성 의견이 아닐까 본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표결 참여 여부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찬성표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황영철 의원도 “35명까지는 분명히 탄핵안에 동참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한 비상시국위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박 대통령이 실제 퇴진 선언을 하면 찬성이 많을지 반대가 많을지는 봐야 한다”고 했다. 한 비박계 재선 의원도 “대통령이 퇴진하겠다고 하는데도 탄핵을 밀어붙이는 야당을 따라가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추가 담화에서 퇴진 입장을 밝힌다면 탄핵에 반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친박계 내에서도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친박 의원 10여명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친박 초선 의원은 “지역구 민심이나 촛불 민심을 볼 때 탄핵을 반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혼란을 빨리 수습하려면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황영철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는 친박 의원이 3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자유투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이정현 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 당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의원들도 다 참여해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도 자유투표에 동의했다”고 했다. 당은 6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탄핵안이 무기명 투표로 치러지는 만큼 의결정족수를 넘기는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