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어스 “옷에 생명력 불어넣는 게 디자이너…매일 입어야 진정한 럭셔리”
마이클 코어스는 35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내놨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부터 안목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자란 터였다. 자신의 브랜드를 내놓은 뒤에도 그는 프랑스 브랜드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겸직하는 등 실력을 발휘해왔다. 정장 스타일의 여성복을 주로 만들었고 직장인들 사이에서 ‘편하고 예쁜 옷’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급 소재로 정성들여 만든 고가의 컬렉션 라인도 내놨다.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뉴욕컬렉션에 처음으로 무대를 올린 1984년, 언론들은 “오뜨꾸뛰르(맞춤복) 같으면서도 클래식하고, 우아하면서도 미니멀(심플)한 드레스”라는 평가를 내놨다.

대중적 명품(affodable luxury)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마이클코어스는 201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회사의 매출은 2012년(3월말 결산) 2조5634억원(시장조사업체 S&P캐피털 IQ)에서 이듬해 3조8901억원, 2014년에는 5조1364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엔 5조5366억원까지 올랐다.

서울 청담동 마이클코어스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매장)에 처음으로 컬렉션 라인을 들여놓던 날,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도 한국을 찾았다. 그는 공식 직함 없이 ‘총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설립자로서 회사의 고문 역할을, 디자이너로서 전체 디자인을 총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가방 브랜드로 알려져있는데 마이클 코어스가 어떤 브랜드인지 소비자들에게 설명해달라.

“시작은 최고 수준의 럭셔리 컬렉션 라인이었다. 아주 다양한 가격대의 옷을 내놓기 때문에 뉴욕에서는 직장인들이 매일 입기 좋은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특히 요즘처럼 고가와 저가의 옷을 믹스매치해서 코디하는 때엔 마이클 코어스 같은 어포더블 럭셔리 브랜드가 강점이 있다고 본다. 럭셔리 라인과 대중적 라인의 장점만을 소비자들이 고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한계가 없는 럭셔리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글래머러스함을 갖췄고 가격은 다양하다. 디자인은 일상복으로 활용 가능하고 품질도 오래 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손으로 한땀 한땀 깃털이나 퍼(fur)를 달아 만든 화려한 컬렉션 라인도 있지만 단순함과 화려함 사이의 적정선을 우리는 늘 추구한다.”

▶남성 디자이너로서 여성복을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남성으로서 남성복을 디자인하라고 하면 아마 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 취향대로 만들 테니깐(웃음). 옷을 디자인한다는 건 개인적 입장만 고수하면 안되는 일이다. 모두 나와 같진 않다. 여성복을 만들 때 나는 늘 주변의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성들, 내 가족과 지인들, 직장 동료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사이즈, 체형에 맞는 길이 등을 고려한다.”

▶디자이너로서 좋은 옷은 어떤 옷이라고 생각하는가.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 어울리는 옷, 자주 찾게 되는 액세서리 그런 것들이 좋은 패션 아니겠나. 캐주얼한 옷만 만드는 브랜드, 포멀 정장만 만드는 브랜드는 많이 있다. 그러나 요즘엔 마이클 코어스처럼 그 둘을 다 갖춘 브랜드에서 TPO(Time,Place,Occasion)에 따라 골라 입으려는 수요가 많다. 평일과 주말에, 파티를 가거나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입을 수 있는 모든 옷을 다 만든다.”

▶럭셔리 브랜드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예전에는 결혼식처럼 특별한 날 입는 옷이 럭셔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유용한 럭셔리’를 추구하는 시대다. 화려함과 우아한 감성을 유지하되 소재와 디자인은 실용적이어야 한다. 마치 휴대폰 케이스와 같다. 너무 화려하면 불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예뻐야 한다. 나도 악어가죽으로 만든 고급 신발과 저렴한 청바지를 매치한다. 100% 캐시미어 스웨어와 편한 면바지를 입고 주말을 보내기도 한다. 면, 울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피부에 닿는 감촉을 럭셔리하게 만드는 게 럭셔리 브랜드다.”

▶앞으로 대중적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로 양분화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그렇다. 하지만 그 둘이 같은 개념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 명품은 선반 위에 모셔놓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쓸 수 있어야 진정한 럭셔리다. 예전엔 우리도 자그맣고 반짝이는 이브닝백을 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무실에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화려하지만 실용적인 토트백을 만들고 있다.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럭셔리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 겨울이 없는 싱가포르에서는 럭셔리 하면 멋진 샌들을 떠올린다. 서울이나 뉴욕에서는 고가의 겨울코트를 떠올릴 것이다.”

▶올 가을부터 한국에서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고 판단한 계기는.

“지금까지 한국의 고객층이 두텁긴 했지만 대부분 핸드백 브랜드로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미국, 일본, 유럽의 매장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컬렉션 라인 구입 문의를 많이 했었다. 지금이 35년 브랜드 역사를 보여줄 적기라고 판단했다.”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라이선스 사업을 하다가 직진출한 것이 적절한 전략이라고 판단하는가.

“물론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우린 유능한 현지 파트너와 협업해왔다. 위험요소를 줄이면서 현지 시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이클 코어스 “옷에 생명력 불어넣는 게 디자이너…매일 입어야 진정한 럭셔리”
▶최근 인스탁스 카메라 전용 핸드백을 한국에서만 한정 출시했다. 이유는.

“특정 국가를 한정해서 제품을 만들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기심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다. 디자이너로서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전율을 느껴왔다. 필름 카메라를 찍어 인화하던 시대에서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지금은 즉석카메라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한 시대로 점차 새로워지고 있다. 이번 한정판 카메라백은 사진기에 바치는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다.”

▶내년 봄여름 컬렉션 무대를 마친 뒤 바로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유통 채널의 변화가 디자인의 변화로 이어질까.

“대중적인 디자인의 옷, 핸드백, 신발 등 몇 가지 아이템을 선별해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패셔니스타 등 일부 소비자들은 내년 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신제품을 갖고 싶어한다. 그런 구매성향을 가진 소수의 소비자들도 존중해야 한다. 또 내가 만든 옷을 입은 사람이 길거리에 많았으면 좋겠다.(웃음) 패션쇼에서만 입고 걸어나오는 옷은 죽은 옷이다. 나는 늘 판매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옷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단 다섯 벌의 옷만 팔린다 하더라도 난 사람들이 입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싶다.”

▶내년 여성복 트렌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확실한 건 매우 빠르게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캐주얼이 대세였다면 이제 다른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더 많은 테일러링이 들어간 재킷, 코트 같은 게 유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깨나 허리를 강조한 제품 말이다. 잘 차려 입은 듯한 세련된 옷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길 것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진실해야 한다.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나만의 생각으로 옷을 만드는 게 아니다. 보고 읽고 듣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을 줄 알아야 한다. 살아있는 한 어디서든 누구에게서든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