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7일 교내 4·19탑 앞에서 최순실 씨 국정농단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7일 교내 4·19탑 앞에서 최순실 씨 국정농단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성난 민심은 7일에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서울대에선 개교 이래 가장 많은 교수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국정에서 당장 물러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비리 의혹의 온상이 된 체육계도 “모멸과 자괴감을 참을 수 없다”며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번주가 ‘최순실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오는 12일 3차 촛불집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조합원 15만여명이 서울시청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대 교수 728명은 이날 오전 서울 신림동 교내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박 대통령은 심각한 국기 문란과 국정 농단의 으뜸가는 피의자”라며 “헌정 질서를 수호할 자격을 상실했으니 모든 국정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728명은 서울대 전체 전임교원(2200여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서울대 개교 이래 최대 규모다.

교수들은 “현 시국은 1960년 4·19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이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중대한 변곡점”이라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지식인으로서 지금과 같은 사태를 방기한 것에 대한 반성을 담아 시국선언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 시국을 ‘헌정질서의 총체적 붕괴 상태’라고 정의하며 “책임의 꼭대기엔 박 대통령이 있다”고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교수들은 △박 대통령은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돌려선 안 되며 모든 국정에서 당장 물러날 것 △헌정 질서 파괴와 각종 부정 비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 △새누리당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야당도 진상 규명에 노력할 것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해 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시민들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체육인 시국선언도 열렸다. 체육시민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등 체육 관련 시민단체와 전 국가대표 선수, 심판, 체육교사, 대학 체육학과 재학생 등 592명의 체육인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국정 농단 곳곳에 스포츠가 범행의 명분으로 악용됐다”며 “정유라 씨 한 사람을 위한 승마협회 사유화, 주요 기업의 팔목을 비틀어 강제 모금에 나선 K스포츠재단,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각종 건설사업과 국책 프로젝트 비리 의혹 등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영태와 장시호 등이 연루된 각종 비리와 협잡은 우리 체육인들을 깊은 모욕과 자괴감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하야와 범죄 연루자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 처리를 촉구했다.

변호사들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 최대 변호사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추진한다. 서울변회는 이날 소속 변호사 1만6000여명에게 ‘박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서울변회는 이메일에서 “그 어떤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몇 명의 인물들이 헌정 질서를 난도질하고 대한민국을 사유화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자 헌법을 지키는 소명을 다 하려는 법조인으로서 박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오는 11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변회에 소속된 변호사는 전체 변호사 2만2000여명의 72%에 달한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3차 촛불집회 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하겠다는 신고서를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는 청와대와 200m가량 떨어져 있다.

황정환/마지혜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