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대학은 실수할 수 있는 최적 공간…인문학 가르쳐 상상력 이끌어내야"
UCLA는 미국 서부의 명문 대학이다. 학부생이 2만7000명인 이 대학에 지난해 입학 지원자만 11만9000명에 달했다. UCLA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독특한 학풍 덕분이다. ‘의료인문학(Medical Humanities)’이란 과정을 만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3일 ‘상상력을 이끄는 대학교육’ 강연의 발표자로 참석한 진 블록 UCLA 총장(사진)은 “(명문)대학은 사회 지도자를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며 “그 바탕은 인문학”이라고 강조해 청중의 주목을 받았다.

블록 총장은 대학마다 역할이 달라야 하는데 지나치게 획일화되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오로지 취업과 직업에 대해서만 가르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대학 졸업 후 학생이 재정적 자립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쏟아내면서 학생들이 경영, 기술 등 실용적인 학문만 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처럼 유지비용은 많이 들고 실제 효과는 곧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학문을 없애는 추세”라는 게 블록 총장의 얘기다. 미국의 대학평가기관에 따르면 미국 학생들의 8%만이 인문학 전공을 하고 있고 UCLA 역시 인문학 전공자 수는 9%가량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블록 총장은 “도전하고 마음껏 실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대학”이라며 “모두 인문학을 전공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공계 학생도 가급적 인문학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 자유로운 상상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 총장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로 에너지, 식량안보, 테러리즘 등의 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국제적 이슈는 심리, 윤리, 가치의 문제가 결합돼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종교적, 민족적 갈등을 해결하려면 역사나 철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재 육성이라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대학이 어떤 식의 교육을 할지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UCLA의 사례도 소개했다. “UCLA에서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25%만을 전공과목 공부에 쓰도록 하고, 75%는 전공 외 분야를 배우라고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5년제 석·박사통합과정을 도입했다는 것이 블록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학부과정은 3년이면 수료할 수 있다”며 “석사 2년간은 현장경험을 통해 학생 본인의 전공분야 경험을 쌓으면서 다양한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학생들이 예과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게 하는 것도 UCLA만의 특징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