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의 진출을 계기로 민간 유전자 검사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화장품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하지만 병원에서만 가능하던 유전자 검사를 민간 기업에 허용한지 4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아직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유전자 검사 범위가 제한적인 데다 서비스 가격이 높은 것도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유전자검사 시장 '눈독'…판 키우나
업계·소비자 아직은 ‘시큰둥’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하겠다고 신고한 민간기업은 20곳이다. 국내 유전체 분석기업이 89곳인 것을 감안하면 이 중 22%만이 민간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뛰어든 것이다. 시장 반응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민간 유전자 검사가 허용된 6월30일 이전부터 서비스를 준비해오던 기업 가운데 일부는 넉 달째 서비스 출시를 늦추고 있다.

마크로젠 디엔에이링크 등과 함께 선두권 유전체 분석 기업인 랩지노믹스는 지난 6월께 민간 유전자 검사 서비스 준비를 마쳤으나 아직도 출시 일정을 못 잡고 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다음달께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 비싼데 검사 범위는 제한적

민간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는 데는 복잡한 서비스 주문 절차와 제한적인 검사 범위, 비싼 가격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우선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서비스 신청을 하면 업체가 유전자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키트를 소비자에게 보내준다. 소비자는 입안의 구강상피세포를 긁어 키트에 담아 다시 회사로 보내줘야 해 번거롭다. 가격은 평균 10만원 안팎이다.

민간 유전자 검사 허용 범위는 혈당, 혈압, 피부노화, 피부탄력, 탈모, 체질량지수 등 12가지다.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받을 수 없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선 암 유전질환 개인형질 등도 유전자 검사 대상이다.

업체들은 가격을 더 내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진단 시약 등의 원가가 높은 데다 키트를 보내고 받는 과정에서 운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더 내리기 어려운 구조여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데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은 것도 유전자 검사 서비스 시장이 지지부진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은 여전

유전자 검사는 대기업이 눈독을 들일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영역이다. 고령화, 의료비용 절감 등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이 유전체 분석기업 마크로젠과 손잡고 합작사 젠스토리를 설립해 민간 유전자 검사 시장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시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에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 분석 시장 규모는 2013년 111억달러에서 2018년에는 197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 유전자 검사와 데이터는 화장품, 보험 등 여러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 젠스토리는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는 다양한 신사업을 촉진할 것”이라며 “점차 허용범위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