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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승진·연수 차별에 우는 7·9급…"행시 공부 다시 해야하나"

입력 2016-10-23 19:08:39 | 수정 2016-10-24 12:46:27 | 지면정보 2016-10-24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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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공직사회 '비주류의 서러움'

비고시 출신 능력 뛰어나도 업무 보조 역할에 그쳐
해외연수 차별 등 '악순환'

농·어업 등 현장 중요한 분야 비고시 출신도 결정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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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A주무관은 요즘 행정고시를 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그는 국가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해 7급에 임용됐다. A주무관은 학창시절 공무원이 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회계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뒤늦게 공직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A주무관은 “직장이 안정적이어서 만족도가 높긴 하지만 행시 출신인 대학 동문이나 후배가 상사일 때가 많아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시 출신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비고시 출신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5급까지 20년 이상 걸려

공무원 사회에서 행시와 비(非)행시 출신 간 장벽은 여전히 높다. 명문대 출신도 7~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몰리면서 학력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 행시 출신이 일을 더 잘한다는 근거도 부족하다. 하지만 인사와 업무에서 차별은 여전하다. 이런 차별이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출발선이 다르다. 행시 합격자는 바로 5급에 임용된다. 7급 공무원 시험 출신은 5급 사무관까지 보통 16년 정도 걸린다. 9급 시험 합격자는 20년 이상 소요된다. 7급과 9급 출신이 국장급까지 오르는 경우가 드문 근본적인 이유다. 현직으로는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 김봉래 국세청 차장 등이 7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1급 이상까지 오른 희귀 케이스다. ‘비고시 출신의 신화’로 통한다.

비고시 출신 B국장은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비고시 출신도 있지만 위에서는 아무래도 본인과 같은 고시 출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7급 공채 출신인 C사무관은 “행시 출신과 비교할 때 승진 연수 차이가 너무 커 행시를 다시 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시 중심 문화 팽배

고시 출신 중심의 공직 문화도 비고시 출신에겐 버겁다. 7급 이하는 보통 보조 역할에 그친다. 조직을 뒷받침하면서 상관을 돕는 게 주요 업무다. 각 부처의 주요 과장 자리는 고시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다. D주무관은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고시 출신이 대상”이라고 했다.

7급에서 시작한 E사무관은 “고시 출신은 기수 문화가 강해 서로 챙겨주는데 비고시는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F주무관은 “비고시 출신은 해외연수 갈 기회가 적었는데 최근엔 조직 기여도를 해외 연수의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더욱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법안이나 정책을 주도하는 건 대부분 행시 출신이다. 반면 비행시 출신은 보조 업무를 주로 한다. ‘조직의 기여도’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고시 출신은 자신만의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G사무관은 “사무실 업무부터 시작하는 고시 출신과 달리 비행시 출신은 지방 근무, 현장 출장 등 다양한 경험이 많아 현장 대응능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H주무관은 “행시 출신과 달리 보직이 자주 바뀌지 않고 같은 기수가 승진했다고 퇴직하는 경우도 없어 해당 분야에 훨씬 전문적”이라고 말했다.

“차별 줄이고, 기회 줘야”

비고시 출신은 지금보다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C사무관은 “인사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농업 어업 등 현장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비고시 출신도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갑’이 넘은 행정고시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D주무관은 “일본처럼 고시를 폐지하고 무한경쟁체제로 간다면 공직 사회가 더욱 투명해지고 역동성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오형주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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