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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 20배 규모에도 원전 끄덕없지만…향후 더 큰 지진 대비는 필요

입력 2016-09-14 07:00:20 | 수정 2016-09-14 07: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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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대인 5.8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주변에 밀집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와 원자력 업계 등은 더 강한 지진에도 충분히 견딜 정도로 원전의 내진설계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향후 더 큰 지진 등에 대비하기 위해선 설계 기준을 높이고 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진에 월성원전 점검 위해 가동 중단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과 8시32분 발생한 두 차례 지진의 규모는 리히터 기준 각각 5.1과 5.8에 달했다. 규모 5.8 지진은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지진의 여파로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약 27㎞)에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국내에서 지진으로 원전 가동이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지진 매뉴얼에 따라 12일 오후 11시56분부터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월성원전 1~4호기를 차례로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지진계측값이 정지기준 지진 분석값인 0.1g을 초과한 데 따른 조치다. g는 중력 가속도 단위로 지진에 의해 특정 지점이 받는 가속도를 나타낸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진에도 원전이 아무런 이상 없이 정상 작동했지만 매뉴얼에 따라 점검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월성 1~2호기는 월성 1~4호기와 관측지점 부지 특성(지반·지질상태 등) 차이로 측정 분석된 값이 정지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정상운전하고 있다.

◆“경주 지진 20배 규모에도 끄떡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모든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다. 원자로에서 수직으로 지하 10㎞ 지점에 지진이 발생한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규모 6.5의 지진은 이번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보다 약 20배 이상 강력하다. 이번 경주 지진보다 20배 강한 지진에도 원전은 안전하다는 의미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4기는 모두 규모 6.5~7.0 수준 내진설계가 적용됐고, 새로 짓고 있는 신고리 3~4호기와 신한울 1~2호기부터는 규모 7.0 수준 내진설계가 반영됐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경주방폐장도 원전과 같은 6.5 규모로 내진설계가 이뤄졌다. 국내 화력발전소의 경우 모두 규모 6.3의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원전은 부지조사 및 선정 과정에서 철저한 지질 조사 등을 거친다. 원자력안전법 규정에 따라 발전소가 세워지는 부지의 반경 320km 이내 지역에 대해 문헌조사, 인공위성 및 항공사진 판독 등 광역조사를 한다. 또 40km, 8km, 1km 이내의 지역은 기존 자료를 수집·검토하고, 지질의 구조, 단층 분포, 암질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물리학적 조사, 야외 지질조사, 단층 연대 측정, 해양물리탐사, 시추조사, 물리탐사, 트렌치 조사 등 단계적 정밀조사를 한다.

부지조사 단계부터 예상되는 최대 지진값은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모든 지진과 단층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대 지진값에 안전 여유도를 더해 내진설계 수준을 정해 큰 지진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했다.

원전의 원자로 격납건물은 단단한 암반을 굴착해 조밀하게 철근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짓는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토사지반에 건설된 건물에 비해 30~50% 정도의 진동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원전의 주요 기기와 설비는 정밀 내진해석 또는 진동대 시험 등의 엄격한 내진검증을 통과해야만 설치 또는 시공할 수 있다.

◆“단층 정밀 지질조사, 내진설계 기준 높여야”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대인 한국 동남권 지방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참에 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며, 원전 안전성에 대한 재검토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한반도에서 예상 가능한 지진의 영향을 반영해 설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헌철 지질연 지진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지진 발생 횟수는 늘겠지만, 규모 6.5 이상의 대형 지진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면서 “(대지진이 일어나려면) 길게 연결된 단층과 그 단층을 움직일 수 있는 응력(땅에 작용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한반도의 지질학적 구조상 응력 축적이 안 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7.0 이상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들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규모 7.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 사례도 있다”며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정밀한 지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를 일본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원전의 내진설계는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적이 있는 가장 큰 지진의 규모나 토양의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보통 0.2g를 기준으로 삼지만,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대부분 0.3~0.6g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다. 올해 초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 발생 당시 진앙에서 110㎞ 거리에 있던 센다이 원전의 내진설계 값은 0.63g였다. 한국 내진설계 기준(0.2g)의 60배가량 센 지진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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