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마련된 일본취업 안내 부스.
서울대에 마련된 일본취업 안내 부스.
6일 서울대 행정관 앞 잔디광장에는 약 4000명의 학생이 모였다. 이날 행사는 ‘우수인재 채용박람회’. 취업난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서울대지만 기업 취업설명회에 4000여명이나 몰렸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더 이상 학교 간판으로 취업이 보장되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업종별 경기가 반영된 탓인지 조선·중공업 부스는 많이 줄고 화장품·정보기술(IT) 등 업종에서는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취업박람회가 일제히 열렸다. 대학별로 2~3일간 열린다. 서울대에선 국내외 대기업 등 15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서울대 행사장의 LG생활건강 상담 부스는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별도의 대기 의자까지 마련해야 했다. 최악의 취업난에 대한 학생들의 위기의식은 뚜렷했다. 화장품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서모씨(24)는 “희망 직종은 있지만 취업을 가려서 할 상황이 아니어서 최대한 많은 기업을 알아보러 왔다”며 “야근·육아휴직 등 여성이 일하기에 사내 문화가 어떤지도 물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올해 취업박람회를 대기업과 스타트업으로 구분해 진행했다. 공학관에서 처음 열린 스타트업 채용 행사는 학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행사를 주관한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스타트업 취업도 대기업 못지않게 미래를 설계할 기회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며 “44개 업체가 참여했고 티켓몬스터 에이프릴스킨 등 이미 많이 알려진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입사 지원을 할 수 있고 기업 대표와 상담할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 행사의 강점이다. 여성 쇼핑몰 모음 앱(응용프로그램) 지그재그의 서정훈 대표는 “지난해 창업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로부터 거액을 투자받았다”며 “함께 회사를 키울 개발자 한 명을 뽑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지하 백양누리에서 열린 대기업 대상 ‘잡 페스티벌’에도 이날 하루 1000여명이 몰렸다.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는 일찌감치 취업 준비에 나선 1~2학년생도 보였다. 국내외 170여개 업체가 참여한 고려대 행사에서는 현대자동차, 삼성 계열 대기업 부스에 학생들이 많이 몰렸다. 송승희 고려대 경력개발센터 과장은 “과거에는 4학년 이상 취업 준비생 위주로 참가했는데 올해는 저학년 학생도 많이 눈에 띈다”며 “미리 가고 싶은 회사를 적극 탐색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올해 주요 대학의 채용박람회에 많은 일본 기업이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고려대에선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라쿠텐 등 7개 업체가 참여했고 서울대에도 파나소닉, 야마하, 기린 등 10개 업체가 참여해 별도의 일본 섹션을 뒀을 정도다.

박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은 “한국은 구직난이 심각하지만 일본은 10년 넘게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한국 학생을 선호하는 일본 기업이 늘어 2학기에 일본 취업 설명회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현/마지혜/황정환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