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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공대개혁, 역할·특성 따른 발전에 초점 맞춰야

입력 2016-08-31 18:33:23 | 수정 2016-09-01 04:02:11 | 지면정보 2016-09-01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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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쟁력의 미래 짊어질 공과대
하나의 틀에 가둬 평가·지원 안돼
전문인력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야

박진우 < 고려대 교수·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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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대학 개혁 논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번만큼은 공과대학의 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과대학은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과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다른 단과 대학과는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1970년대부터 경이로운 경제적 성공을 일궈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산업의 배경에는 튼실하게 성장해온 공과대학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산업 현장 곳곳에서 커다란 파열음이 들린다. 국가 경제의 중심축이던 자동차, 전기·전자, 정보통신, 철강, 조선, 화공 등 주요 산업이 급속히 시장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첨단기술력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침체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가 경제의 바탕에 있는 공과대학이 그 논란에서 비켜나 있을 수는 없다.

한국은 5000만명의 많지 않은 인구에다 자연부존자원은 턱없이 부족한 나라다. 인구, 자원, 자본이 월등한 나라들과 경쟁하려면 우수한 인력을 키우는 길밖에는 없다. 산업경쟁력의 핵심은 기술개발, 제품생산, 기술경영 부문에서의 능력이다. 이 부분의 인력 양성을 담당하는 공과대학의 역할이 특별히 강조되는 이유다.

한국 맞춤형 공과대학 체제를 이제라도 서둘러 세워야 한다. 황무지 같던 1960년대에 불가피하게 모방할 수밖에 없었던 선진 국가의 산업과 공과대학 정책을 언제까지 베끼기만 할 것인가. 지금의 한국 산업은 사업내용, 기술수준, 사업규모, 사업영역 등에서 다른 나라의 산업 구조와는 크게 다르다. 공과대학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 또한 과거와는 현저히 달라졌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공과대학 발전 전략은 다른 나라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

첫째, 공과대학에 특별한 역할을 주문하려면 처우가 달라져야 한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무조건적인 의무와 봉사를 요구할 수 있었던 1940~1950년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현재 시점에서의 사회적 정서를 읽어야 한다. 똑같은 대우조건을 내걸면서 어떻게 1주일 7일, 불철주야 강도 높은 교육과 연구를 공과대학에 주문할 수 있는가.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최근 일시적으로 공과대학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을 수도 있지만, 요구되는 학업의 양과 수준 때문에 공과대학은 여전히 대학입시 준비생에게 공포대상, 기피대상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뛰어난 공학 전문가가 공과대학 교수 자리를 기피하는 상황은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둘째, 대학마다 역할을 재정립해서 개별적인 발전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소수의 특수 또는 특별 대학으로 한국 산업을 감당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가지원 대학, 특수지원 대학, 일반 대학, 전문기능 대학, 지역특성 대학 등 대학마다 설립목적이나 운영조건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 또한 달라야 한다. 그럼에도 획일적인 평가, 지원, 인증 제도로 다양한 공과대학을 하나의 틀 속에 가두고 있는 현재의 정부 및 일부 사회제도는 서둘러 개선돼야 한다.

셋째, 공과대학에 대한 평가는 산업에 대한 기여 성과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산업기여 측면에서 무의미한 성과를 크게 보이도록 해 허장성세하려는 행위는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가 정책을 왜곡해 국가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한국 공과대학 현실의 맨살을 적나라하게 내보이고서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는 특단의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할까 우려해 감히 밖으로 내지 못하는 소리가 있다면 찾아서 들어야 한다. 한국의 산업을 직접 체험하면서 변화를 고대해 온 많은 공과대학과 산업 주체들의 열린 토론, 이로부터 이어지는 절실한 한국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 그리고 자발적인 개혁의지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서둘러야 한다. 세계 경제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한국 산업의 현주소는 현재의 공과대학에 더 이상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진우 < 고려대 교수·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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