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삼성' 파운드리 확대위해 중국 시장 뛰어든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 중국 시장에 뛰어든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파운드리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삼성은 10나노미터(㎚)대 첨단 공정에서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일부 우량고객 중심으로 영업을 해온 기존 전략을 바꿔 10~180㎚에 이르는 대부분 제품을 소량까지도 생산해준다는 전략이다. 중국을 잡으면 업계 맹주인 대만 TSMC뿐만 아니라 점점 부상하고 있는 중국 SMIC 등을 견제할 수 있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삼성파운드리포럼을 연다. 하이실리콘 스프레드트럼 다탕반도체 ZTE 락칩 등 중국 업체와 미디어텍 등 대만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생산라인 없이 파운드리에 맡겨 생산하는 곳) 100여곳이 참가한다.

삼성은 그동안 10㎚대 첨단 공정에서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일부 우량고객 중심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 포럼에선 10㎚, 14㎚ 등 첨단 공정뿐만 아니라 28㎚, 8인치 공정(65~180㎚) 등 모든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해주겠다고 설명할 계획이다. 지금처럼 첨단 공정에서만 경쟁력을 가져선 안정적 이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삼성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생산해주며 실력을 쌓아왔지만, 2014년 이후 많은 물량을 대만 TSMC에 빼앗겼다. 애플 물량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14㎚ 공정을 개발했지만 애플은 다음달 나올 아이폰7용 AP를 TSMC에 전량 발주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그룹 경영진단을 통해 TSMC와 같은 사업구조, 즉 고객 다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첨단 라인뿐만 아니라 감가상각이 끝난 40~180㎚ 대의 구식 라인에서도 많은 제품을 생산해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990년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던 5라인(8인치 웨이퍼를 쓰는 라인)을 파운드리용으로 개조해 쓰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팹리스 주문은 12인치 웨이퍼로 생산하기엔 주문량이 적을 수 있다”며 “소량 주문하는 팹리스까지 고객을 다양하게 확보하려면 8인치 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와 손잡고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삼성은 이와 함께 자동차용 반도체, IoT용 반도체 등으로 파운드리 고객 기반 자체를 넓히고 있다. 관련 시장 수요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중국 팹리스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 글로벌 팹리스 상위 50개 기업 중 대만이 16개, 중국이 9개로 중화권 업체가 절반을 차지했다. 2009년만 해도 중국 업체는 상위 50개 기업 중 단 한 곳에 불과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