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에어컨 제조업체 갑을오토텍의 노사 분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엊그제 이 회사 박당희 대표가 노조 요구대로 경비용역직원들을 철수시키고 “공장 일부라도 돌리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노조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측의 요구를 일축했다. 36일째 이어진 파업사태가 한동안은 더 계속될 전망이다.

이 회사의 전신은 옛 만도기계의 상용차 공조사업부다. 1999년에 UBS사모펀드, 2004년에는 미국의 모딘사에 인수됐다. 두 차례 모두 노사분규에 휘말려 대주주가 철수했고, 2010년에 갑을상사그룹에서 인수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회로 만도 시절부터 강성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초 노조의 공장점거 파업이 벌어진 데는 노사 양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 노조는 생산직 평균연봉이 8400만원이 넘는데도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계속해왔다. 2014년 78시간, 2015년 203시간의 파업을 벌여 2년간 173억원의 영업손실이 있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노사관계 경험이 적은 사측도 큰 실수를 했다. 지난해 2월 제2노조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사측이 ‘개입’했고, 이 일로 전임 CEO가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돼 있는 상태다. 결국은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게 됐다.

우려되는 것은 갑을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엊그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됐고 민주노총도 ‘갑을오토텍 공권력 투입 반대’를 발표하는 등 외부 개입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훈수꾼들이 늘고 있으니 노사 대화는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손해보는 것은 근로자다. 갑을에 670명, 협력업체를 합하면 2만명이다. 20년 새, 그것도 노사 문제로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뀐 회사다. 이것이 노동개혁이 겉돌고 있는 한국 노동계의 실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