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車판매 법정 공방 비화 조짐…재규어 반발 속뜻은?
[ 안혜원 기자 ] "사실 온라인 판매가 달갑지 않죠. 앞으로 고객들이 더 큰 할인을 요구할텐데요. 딜러들 사이에서도 판매 마진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11일 한 재규어 영업점 딜러는 재규어 차량의 소셜커머스 판매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업 일선에서는 할인 판매가 공식화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딜러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에게 차량을 구매하려 하겠냐"며 "결국 딜러들 모두가 울며 겨자먹기로 마진을 줄여 할인 판매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재규어 차량 20대가 수입차 최초로 소셜커머스인 티켓몬스터(티몬)에서 판매됐다. 티몬은 정상가 5510만원의 재규어 XE 2.0디젤 포트폴리오 모델과 5400만원의 R-스포트 모델을 각각 12.7%, 13% 할인된 4810만원, 4700만원에 팔았다. 파격적인 할인가에 20대 전량이 3시간 만에 완판됐다.

이에 재규어코리아 측은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티몬을 상대로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손상, 소비자 혼란 야기 등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재규어코리아 측이 법적 조치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사실상 티몬과 딜러사가 협의해 판매한거라면 문제가 없다"며 "재규어코리아 쪽이 주장하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구체적으로 증명하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규어 XE. 사진=한국경제DB
재규어 XE. 사진=한국경제DB
사실상 재규어의 개별 딜러들은 해당 차량의 가격을 약 5~12% 할인해 팔고 있다. 수입차 온라인 판매 사이트인 '카비'에서는 XE 2.0디젤 포트폴리오와 R-스포트를 차량가의 약 12%인 각 660만원, 650만원까지 할인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티몬의 할인가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재규어 측이 할인 판매에 크게 반발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는 "공식 할인과 비공식 할인의 차이"라고 규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비공식적으로 행해지던 수입차의 할인가를 공식적인 영역으로 끌고온 것에 의미가 있다"며 "할인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면서 유통 마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실상 마진의 폭을 결정해오던 브랜드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고급차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수록 높은 마진을 확보하기 용이하지만 소셜에서 판매되면 아무래도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온라인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기업이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입차 구매를 고려 중인 회사원 유승재씨(33)는 "시장이 확대되고 온라인이라는 가격 경쟁 요소가 하나 더 생긴다면 소비자로서 환영할 일이다"며 "고무줄 가격으로 비판받아온 수입차의 할인가에 대해 소비자들이 차별없이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소셜 판매는 의의가 있는데 그것을 재규어 측이 차단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