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체코 프라하 블타바강에서 페달보트 타면서 야경 보실 분?”

5일 한 인터넷 여행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커뮤니티에는 해외여행객을 대상으로 동행자를 구하는 글이 하루 150여개 올라온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 현지에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함께 여행할 사람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이 같은 동행(同行)여행 모임은 주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지역 맛집 찾아다니기’ ‘함께 클럽 가기’ ‘디즈니랜드 가기’ 등 모임 주제도 다양하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맛집 위치 등 여행 정보를 교환하거나 쓰지 않은 입장권, 사용 기한이 남은 선불폰 유심(USIM) 등을 나누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를 여행 중인 직장인 김모씨(25)는 “달팽이요리를 함께 먹는 번개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서 박물관 이용권을 싸게 구했다”며 “먼저 여행 온 사람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낯선 해외에서 밤거리를 혼자 다니기 불안한 여성들이 동행 찾기에 나서는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장모씨(26)는 “현지 치안이 불안하다고 해 걱정했는데 번개모임 덕분에 저녁에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고 했다.

동행자를 실시간으로 이어주는 앱(응용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여행지와 기간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동행자를 연결해준다. 지난해 ‘설레여행’이라는 앱을 내놓은 라이크크레이지의 김상수 대표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20~30대가 쉽게 동행자를 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앱을 개발했다”며 “1년 만에 세계 400여개 도시에서 100만여건의 동행모임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동행여행이 인기를 끄는 것은 20~30대를 중심으로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15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1~30세 해외여행객은 314만8565명으로 전년(249만443명)보다 26.4%가량 늘었다. 1인 여행객 중 20대와 30대 비중이 52.4%에 달했다.

여행 중 번개모임에서 강도와 성범죄 등이 발생하는 일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는 혼자 여행 중인 여행객에게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접근해 현금과 스마트폰 등을 빼앗은 한국인 남성 두 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