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야 쭈타누깐이 1일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에리야 쭈타누깐이 1일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한 뒤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쭈타누깐을 넘어라!’

올림픽 골프 금메달 사냥에 나선 한국여자골프가 버거운 상대를 맞닥뜨렸다. 태국의 ‘괴물 골퍼’ 에리야 쭈타누깐(21)이다. 올 시즌 3승을 내리 따낸 그는 1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제패해 ‘K골프’의 최대 난제(難題)로 떠올랐다.

쭈타누깐은 이날 영국 런던 인근의 워번G&CC(파72·674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쭈타누깐을 막판까지 추격하던 이미림(25·NH투자증권)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이미림은 한때 6타까지 벌어진 격차를 1타까지 좁히며 분전했지만 불붙은 쭈타누깐의 상승세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미림은 막판 18번홀(파4)에서도 1m짜리 짧은 파 퍼팅을 놓치며 모 마틴(미국)과 함께 공동 2위(13언더파 275타)로 대회를 아쉽게 마감했다. 2주 전 마라톤클래식에 이은 2연속 준우승이다.

시즌 4승째를 첫 메이저대회 제패로 화려하게 장식한 쭈타누깐은 태국인 최초의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도 작성했다. 세계랭킹에서도 리디아 고(19), 브룩 헨더슨(20)에 이어 3위로 도약했다. 쭈타누깐은 지난 5월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을 제패하며 LPGA투어 사상 첫 태국인 우승자라는 이정표를 세운 뒤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2번 아이언 티샷을 주로 사용하는데도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이번 대회에서 티샷 비거리가 평균 250야드대에 달했다. 웬만한 선수들의 드라이버를 능가하는 거리다.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의 골프백을 메던 캐디에게서 “드라이버를 아예 빼자”는 조언을 받고 꺼내든 2번 아이언은 그의 ‘전략무기’가 됐다. 지난해 50%대에 머물던 페어웨이 적중률이 이번 대회에서 79%로 뛰어올랐고, 그린 적중률도 82%를 찍었다. 이날 1타 차로 추격당하던 17번홀(파3)에선 6m짜리 중거리 퍼트를 홀컵에 밀어넣는 정교한 퍼팅감까지 선보여 뒤집기를 시도하던 이미림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곤 하던 이전의 그와는 딴판인 ‘강철 뚝심’이다.

반면 그와 메달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한국 대표는 이번 대회에서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쭈타누깐에 8타 뒤진 8언더파로 8위에 올랐고, 김세영(23·미래에셋)은 2오버파(공동 50위)로 부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