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만의 한류 열풍을 보며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한류는 단골 화제다. 지난주 대만 무역진흥기관인 타이트라(TAITRA)와의 정기협의회를 위해 방문한 대만에서도 그랬다. 대만이 한류의 발상지이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한류를 퍼뜨린 교량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컸다.

‘한류’라는 용어도 대만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현지에서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 등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자 언론에서 한류라고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3년 전 ‘꽃보다 할배’ 대만 편이 방영되면서 다시 한류 붐이 일었는데, 그 중심에 원로배우 이순재 씨가 있다고 한다.

확실히 한류에 대한 대만의 인식과 사랑은 각별해 보인다. 최고의 한국통으로 불리는 주리시(朱立熙) 대만대 교수가 한류의 발전 과정과 성공 요인을 분석한 글은 조금 낯설고 일부 오해도 있지만 정곡을 찔러 신선했다.

그는 한류의 성공 요인을 민주화 이후 ‘표현의 자유’에서 찾는다. 다원적 가치가 존중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우수한 작품이 만들어졌고, 개방화 조류를 타고 아시아 전반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이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돼 표현의 자유가 움츠러들면서 홍콩 영화가 쇠락한 것과 대비된다고 했다. 그는 한류가 지속되려면 인재 부족 및 열악한 제작 환경, 가격 상승 대비 질 낮은 콘텐츠의 반복 양산 등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대중의 식지 않는 한류 사랑이 아닐까. 한 예로 한국어 학습 붐으로 내년부터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 횟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최근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패러디해 발표한 여성이 1등을 했는데, 우리말을 어찌나 잘하던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현지 무역관장도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한결같은 한류 사랑으로 대만에선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식품과 화장품 등 소비재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소식들은 마음을 흐뭇하게 하면서도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대만이 한류 열풍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지나치게 경쟁 관계로 인식하거나 국제관계에서 실리만 앞세우지 않았는지 말이다.

이제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 오랜 친구로서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대만 시장을 재조명하고 한국과 대만의 경제관계를 재구성하기 위한 지혜가 요구된다.

김재홍 < KOTRA 사장 jkim1573@kotr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