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은행인 HSBC는 2008년까지만 해도 세계 60개국에 진출해 영업했다. 당시 금융위기가 터진 뒤 10개국에서 철수했다. 한국을 포함한 24개국에선 지점을 대폭 축소했다. HSBC가 왕성히 활동하는 지역은 이제 26개국에 불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은행들이 글로벌 전략을 포기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50개국에서 영업한 미국 씨티그룹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06년 이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3개국에서는 완전 철수했다. 벨기에와 독일, 터키 등 26개국에선 지점을 축소하고 기업금융 부문만 남겨뒀다. 소매·기업금융을 모두 제공하는 나라는 지난해 21개국으로 줄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아프리카사업부를 통째로 매각할 계획이다. 아시아 주식세일즈사업 철수도 결정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은 해외시장에서 발을 빼고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만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스튜어트 플레서 S&P글로벌레이팅스 전무는 “모두를 위한, 어디에든 있는 은행이 되려는 것은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은행들이 글로벌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형자기자본비율이 1%대에 불과해도 규제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후 규제가 강화되자 은행은 부담이 늘었다. 자본금을 늘리거나 자산을 처분해야 했다. 저금리까지 더해져 수익성이 나빠졌다. 지난해 씨티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였다. HSBC는 7%였다. 금융위기 전에는 모두 16% 이상이었다. 은행들이 직원과 지점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HSBC 직원은 2007년 33만명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엔 25만4000명으로 줄었다. 지점을 폐쇄하면서 소매고객은 2007년 1억2500만명에서 작년 4500만명으로 줄었다. 씨티도 같은 기간 직원이 37만4000명에서 22만명으로 감소했다. 소매고객은 2억6800만명(2007년)에서 1억9900만명(올 2분기)이 됐다.

블룸버그는 “현지 은행과의 경쟁 격화, 돈세탁 관리 허술 등의 이유로 수억달러대 벌금을 물게 된 것도 은행 부담이 늘어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