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저임금의 세 가지 문제점
매년 하반기에 발표되는 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는다면 세법개정안과 최저임금 고시를 들 수 있다. 모든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일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세금과 임금 모두 국민들 ‘지갑’과 관련된 문제라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최저임금은 매년 극한 대립의 대상이다. 올해도 같은 모습이었다. 노동계 위원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2017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3%(440원) 인상한 647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진보·보수 양측의 의견은 매번 극한 대립을 보여왔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위원들은 수년째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한 사용자위원은 협상 과정에서 “월 103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월 환산액이 126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을 오히려 깎자는 얘기였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해 왔다. 정치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사용자 측과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문제의식이 있다. 첫째, 최저임금 미달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미달자의 비율은 2014년 9.6%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 임금근로자의 36%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둘째,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극히 미미하다. 최저임금 미지급 사업주를 적발하더라도 노동자에게 밀린 임금만 주면 더 이상 제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사용자 측과 노동계 측 모두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공익위원,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9명씩으로 구성되지만 정부가 공익위원을 추천해 위촉하는 탓에 노사 의견이 엇갈리면 결국 정부가 결정을 내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최저임금 동결·인상을 둘러싼 논쟁도 중요하지만, 이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최저임금은 숫자놀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모든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법개정안은 국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여야 합의로 통과되는 데 비해 실업급여, 장애인 지원금 등 16개 법률, 31개 제도와 연동돼 있는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은 너무도 졸속이다. 세금에 쏟는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최저임금에 쏟아야 할 때다.

김영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joojoo201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