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22일 LG전자 주가가 급락했다. 잇따른 사업 실패로 LG전자가 구글에 매각될 것이라는 괴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희망이 없다” “생활가전이 중국에 따라잡힌 가운데 스마트폰도 부진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만 1년이 지난 지금, LG전자에 대한 전자업계와 투자자의 시각은 180도 바뀌었다. 1년 전 4만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지난 15일 5만5600원으로 1만원 넘게 올랐지만 증권사에선 “저평가됐다”는 보고서가 잇따른다. 가전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1분기부터 가전업계에선 기록적인 9%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프리미엄TV 시장에서는 사상 최초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낯설지 않다. 1년 사이에 특정 기업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린다. 그만큼 시장의 변화가 빠르고 여기에 대응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발 빨라서다. “지금 시장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역사와 저력을 평가해달라”고 전자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이유다.
기업평가 '새옹지마'…1년 앞을 모른다
◆LG전자·동부하이텍 극적 반전

LG전자와 비슷한 사례로는 동부그룹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동부하이텍이 있다. 모(母)그룹인 동부가 2013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동부하이텍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1년이 지나도록 사겠다는 기업이 없었다. 중국, 인도 등 외국 기업만 기웃거릴 뿐이었다. 유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나서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에 “사달라”고 읍소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실적이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이유였다.

이 같은 업계의 평가는 올 들어 뒤집혔다. 지난해 1분기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한 뒤 올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1929억원에 영업이익 459억원. 영업이익률이 20%가 넘는다. 한때 2조원이 넘던 부채도 4000억원까지 줄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반도체 등이 잘 팔린 덕이다. 마침 매각도 철회되고 동부그룹에 남아 미래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영업이익 급감한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급작스러운 하향세를 겪고 있다. 2012년 일본 엘피다의 파산으로 메모리반도체업계는 30년간 지속된 ‘치킨게임’을 끝내고 전대미문의 호황을 누렸다. 이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함께 시장을 과점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직원들이 연봉의 50%에 이르는 성과급을 한 번에 받았다. 영업이익이 매분기 1조원을 넘은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선 “메모리 시장의 과점 구조는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말부터 바뀌었다.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경기가 꺾이면서 주력제품인 D램값이 급락했다. 낸드플래시 쪽에서는 경쟁사인 삼성이 3차원(3D)낸드를 앞세워 매출을 키워갔지만, SK하이닉스는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서 여전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1조5000억원을 넘긴 분기 영업이익은 올 2분기 5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시장에선 추정하고 있다.

한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성공했다고 조금만 자만하면 금방 뒤처지고, 힘들어도 절치부심하면 1~2년 내에 기회가 오는 것이 지금의 전자업계”라며 “경영자나 투자자들도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잠재력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