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회 세이펜 대표 "가고자 하는 혁신의 길 꾸준히 가야 성공하죠"
“2005년 세이펜을 처음 내놨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책에 펜을 대면 소리가 나네’란 호기심뿐이었습니다. 그런 시장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믿었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땐 수백, 수천 번씩 듣고 발음하는데 부모와 교사가 일일이 거기에 대응하기 어려우니까요. 가고자 하는 혁신의 길을 꾸준히 가야 하더라고요.”

영유아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언어학습기 기업 세이펜의 김철회 대표(사진)를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세이펜을 단지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 ‘갖고 싶은 제품’으로 한 차원 높이고 싶다”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려면 제품 개발과 애프터서비스, 콘텐츠 제휴와 녹음 등 모든 과정에 빈틈이 생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세이펜은 센서가 탑재된 어학기기를 세이코드가 인쇄된 출판물에 접촉하면 문자를 음성으로 출력해 언어학습을 돕는 기기다. 국내에선 세이펜이 처음 개발했다. 100여개 출판사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기계음 대신 아나운서 출신 성우들이 일일이 직접 녹음한 소리를 쓴다.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은 세이펜은 6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최하는 ‘2016 대한민국 기술사업화 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는다.

연 매출 3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일구기까지 김 대표는 굴곡 많은 길을 걸어왔다. 집안 형편상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들어간 첫 회사가 당시 컴퓨터 관련 교재 출판으로 유명한 영진출판사였다. “정보기술(IT)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무슨 컴퓨터 책을 다루냐”는 비아냥을 뒤로 한 채 묵묵히 교재를 개발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컴퓨터 교재를 가장 많이 수출한 인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돌연 유아 부문으로 눈을 돌렸다. “컴퓨터 쪽 출판업계에 희망이 없다고 봤습니다. 인터넷과 검색포털 사이트가 나오는 걸 보면서 ‘이 분야는 끝났구나’ 싶었죠. 그런데 어린이 관련 콘텐츠는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자신이 이사장이 돼 서울 용산구에 유치원을 세워 14년간 운영했다. 그는 “아이들을 제대로 모르고선 섣불리 할 수 없는 사업이라 생각했다”며 “폐쇄회로TV(CCTV) 설치와 다른 유치원보다 많은 교사 수 등으로 꽤 인기가 있었는데, 원생들이 한글과 영어를 배우는 걸 보고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일일이 카세트 및 CD를 뒤지거나 같은 단어를 계속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지치는 교사들을 보면서 세이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사람은 같은 말을 무한 반복할 수 없지만 기계는 가능하니까요.”

초창기 처참한 실패를 거듭한 세이펜은 2010년대 들어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급성장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콘텐츠 제휴 시 신중을 기한다”며 “‘세이펜을 사용할 수 있는 책은 좋은 책’이란 평을 들을 때 가장 반갑다”고 전했다.

늦깎이로 경희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김 대표는 경희대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꼭 대학 기부뿐만 아니라 나눔이 필요한 곳이라면 그것이 돈이든 재능이든 기부에 나서고 싶습니다. 그게 앞으로 저의 꿈입니다.”

글=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