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왼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 사진은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왕주현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왼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 사진은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왕주현 사무부총장.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4·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에 연루된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해 기소가 되면 즉시 당원권을 정지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28일 오전, 오후 두 차례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이들 3명에 대한 조치 문제를 포함한 대응 방향을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오후 의총 뒤 “이번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주요 당직자가 구속까지 돼 당 책임자로서 뼈아픈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한 치의 관용과 주저함도 없이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의총에서 “당의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절실히 느낀다”며 “책임지겠다”고 거취를 밝혔으나, 당 관계자들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당을 수습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 책임론과 관련, 당 지도부는 29일 최고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하루종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왕 부총장이 전날 밤늦게 구속된 뒤 이날 오전 6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오전 8시30분 열린 긴급 의총에서는 “기소가 이뤄지면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을 정지하면 된다”는 의견과 “출당 등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안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제명·출당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자고 요구했지만 의원들이 원칙대로 당헌·당규를 지키자고 주장했다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했다. 국민의당 당헌·당규에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돼 있다.

이번 사태로 국민의당과 대선 주자인 안 대표는 기로에 섰다. 안 대표는 정치권 입문 이후 줄곧 ‘새 정치’를 내세웠다. 기존 정당을 ‘구정치 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차별성을 부각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제만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안 대표가 이번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으며 대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새 정치’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기존 정치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이 ‘원내 제3당’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허술한 체계로 운영되는 당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급기야 리얼미터가 지난 27일 공개한 6월 4주차 주간 집계(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39명 대상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은 11.5%로, 12주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사건은 당내 안철수계와 호남계 사이의 파워게임 산물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사건 연루자들은 안철수계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 내분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국민의당이 창당 6개월 만에 양분되면서 정계 개편을 촉발할 수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임현우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