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공계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본받고 싶은 여성 롤 모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한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머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외국인이 대부분이에요.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국내 기업 CEO가 많아져야죠.”

김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사진)은 최근 서울 수송동 협회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01년 설립된 IT여성기업인협회는 약 300개사의 임원급 이상 여성이 회원이며 우수 IT 여성기업인의 발굴·육성과 취업·창업 지원 등이 주 업무다. 경북 경산시의 통신 인프라 장비 중소기업 산들정보통신을 10년째 경영 중인 김 회장은 2012년부터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의 전임 회장은 IT업체 위니텍 대표 출신인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이 협회는 오는 22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에서 여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경제신문사 등의 후원으로 ‘대한민국, 여성이 희망이다! 2016 이브와 수호천사 콘서트’를 연다. 이공계 취업 및 창업을 지망하는 여학생, 한부모 가정 청소년 등 사회 취약계층, IT업계 여성기업인 400여명이 모여 네트워크를 다지는 행사로,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과 동방신기 멤버 최강창민,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단 등이 공연한다. 김 회장은 “‘이브와 수호천사’란 이름은 여성이 여성을 끌어주는 수호천사가 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여성끼리 뭉치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편이 2000년 창업한 산들정보통신의 CEO가 되기 전 경력단절여성으로 살았다. “IT 분야에서 일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뒀어요. 산들정보통신 CEO가 되기 전까진 전업주부로 지냈죠. 지금도 IT여성기업인협회에서 만나는 대다수 여성이 하나같이 털어놓는 고민 1순위가 육아입니다.”

김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아무래도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창업자금 지원을 비롯한 각종 정책에서 여성 CEO에 대한 배려가 과거보다 더 나아졌다는 걸 체감한다”며 “하지만 고위직 임원급 여성이 적고, 각 기업에서 여성보다 남성 채용을 선호하는 건 여전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공계란 분야 자체엔 성차별이 없고 여성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이들이 능력을 펼칠 기회의 평등 범위가 좀 더 넓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엔 ‘밤새워 술 마셨더니 협력업체가 바뀌었더라’는 여성 CEO의 하소연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남성 위주의 접대 관행이 많이 사라졌다”며 “여성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창업과 고위 임원직 진출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의 고용률이 같아지면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스스로를 너무 옥죄지 말고 진취적으로 나섰으면 합니다. 아이디어가 기술을 만나 돈이 되는 세상이 창조경제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 아니겠습니까. 여성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IT업계에서 꽃피우길 바랍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