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상태가 지속되면서 하이브리드차와 경차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반면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름값이 싸다 보니 소비자가 연비보다 성능이나 승차감 등을 우선 고려해 차량을 구매하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각국이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완성차업체들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떠안고 있다.
저유가 직격탄…하이브리드카 시장 위축
◆1월 하이브리드차 판매 27% 감소

11일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시장 국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총 2274대로 작년 1월 2900대보다 27.0% 감소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라 국산차 전체 판매량도 4.7%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더욱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1248대에서 536대로 57.3% 감소했고, 기아자동차 K7은 298대에서 80대로 73.2%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신모델이 나온 기아차 K5만 389대에서 543대로 39.6% 늘었다.

현대차가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용 차종으로 개발, 지난달 14일 출시한 준중형 하이브리드 아이오닉은 493대 팔렸다. 회사 측이 올해 내수시장 연간 목표로 1만5000대를 제시한 것에 비하면 부진한 출발이다. 친환경차의 대표 격인 도요타 프리우스 판매량도 지난해 1월 147대에서 지난달 22대로 85% 줄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기름값에서 세금 비중이 높아 저유가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며 “다만 저유가가 지속돼 하이브리드 시장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선 이미 작년부터 하이브리드차 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 38만여대로 2014년 대비 14.9% 줄었고, 일본도 101만여대에서 97만여대로 3.4% 감소했다.

경차 시장도 저유가에 타격을 받고 있다.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경차는 17만3418대로 2014년 18만6702대보다 6.6% 줄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1만1204대가 팔려 작년 1월 대비 14.1%, 12월 대비로는 42.6%나 감소했다.

반면 대형차와 SUV 판매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내수시장 국산 SUV 판매량은 54만8775대로 2014년 41만2258대보다 33.1% 급증했다. 중대형차 판매량도 31만6125대로 19.1% 늘었다.

◆환경규제 강화 추세는 여전

각국 환경규제 강화에 맞춰 친환경차를 적극 개발해온 완성차업체들은 저유가에 따른 하이브리드차 판매 부진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완성차업체가 EU 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130g 이하로 정하고 있지만 2021년부터는 91g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은 2015년 평균 146g에서 2020년 113g으로, 중국은 2020년까지 110g으로 감축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국도 현재 140g에서 2020년 97g 이하로 낮출 예정이다. 이 같은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는 과징금이나 판매 제한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은 대당 3000억~400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친환경 신차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각국의 환경 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국제 유가가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아이오닉과 니로 등 친환경차를 내놓는 것이 시장을 선점하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환경 규제를 특히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디젤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유럽 등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적극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