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알뜰폰 '파격 요금제' 효과…하루 가입자 7.5배 '껑충'
우체국 알뜰폰이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연초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50분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 요금제를 내놓은 우체국 알뜰폰에 20~40대 중장년층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우체국 알뜰폰 신규 가입자는 8만6908명으로, 하루평균 4138명이 가입했다. 지난해까지 하루평균 알뜰폰 가입자가 55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약 7.5배 늘어난 셈이다.

올 들어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기본료 없이 50분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A제로)와 3만원대에 사실상 통화·문자·데이터가 무제한인 요금제(EG 데이터 선택 10G) 등 파격적인 요금제가 관심을 끈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규 가입자 3명 가운데 1명은 기본료 없이 매달 50분을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요금제에 몰렸다. 저렴한 요금제와 단말기 가격으로 알뜰폰이 학생이나 휴대폰이 두 개 이상 필요한 사람에게 ‘서브폰’ 용도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 우체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15일까지 올해 가입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6.5%, 30대 18.1%, 40대는 23.3%로 20~40대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7.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1.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값싼 요금제를 단말기와 분리해 구성한 것도 상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우체국알뜰폰은 단말기 판매금액이 고정돼 있어 선호하는 단말기를 고른 뒤 사용량에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하면 된다. 별도로 사들인 외산 단말기도 이동통신 3사 직영점에서 등록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지원금을 받으려고 비싼 요금제를 고려할 필요가 줄었다. 인터넷우체국에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 적합한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번호이동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알뜰폰 가입자 중 번호이동 가입자 비중은 61.4%에서 올해 63.9%로 소폭 늘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노년층이나 어린이들이 많이 쓰던 알뜰폰이 젊은 층에서도 통했다”며 “번호이동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실사용자가 증가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알뜰폰업계는 이런 소비자의 구매 습관 변화에 따라 올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요 알뜰폰업체들도 가입비를 폐지하는가 하면 항공사와 제휴해 항공 마일리지 적립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와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2만원, 약 51%의 요금 절감효과를 내고 있다. 국내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10% 수준이고 선진국도 12~13%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인 윤석구 큰사람 대표는 13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연간 8000억원 정도의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했다”며 “연내에 알뜰폰 점유율을 15%까지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알뜰폰 확대에 걸림돌도 있다. 오프라인 유통망이 부족하고 단말기 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가입자 확대의 부정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오프라인 대리점을 거의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가입을 활성화하려면 은행 공인인증서와 같은 간단한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본인 인증을 받아 가입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