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전세보증금 투자풀(pool)’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상품은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나 반(半)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면서 갑자기 생긴 목돈을 맡아 굴려주는 전세금펀드다. 굴릴 곳도 마땅치 않은데 연 4% 안팎의 고수익에다 원금을 보장해준다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전세보증금은 총 360조원에 이른다. 세입자의 55%가 월세나 반전세이고 이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수요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투자상품인 펀드를 어떻게 원금 보장을 해주느냐다. 금융위는 한국증권금융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위탁받아 대규모 투자풀(모펀드)을 조성하고 다양한 하위 펀드들에 분산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 방식이어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운용회사들이 자기 돈으로 일정비율을 투자케 하는 등 원본 보호장치를 두고 공공법인의 보증, 세제 혜택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규모가 수십조원으로 커지면 공격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얼핏 듣기엔 그럴싸하다. 하지만 금융위 설명에 몇 가지 의문이 든다. 그토록 투자자의 자기책임을 강조해온 펀드에 원금보장을 더한 것부터가 원칙을 스스로 훼손했다. 원금보장은 분명히 누군가의 손실 가능성을 수반한다. 전세금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운용회사가 넣은 돈을 잃거나 공공법인의 보증 부실을 세금으로 메워야 할 것이다.

금리 0.1%포인트 차이에도 시중자금이 쏠리는데 원금보장에 은행 예금의 2~3배 수익률이라면 무조건 대박이다. 그렇게 좋은 상품이면 민간 금융회사들에 터주면 될 일이지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뛸 일인가. ‘고수익+원금보장’은 유사 수신업체들이나 미끼로 내거는 것이다. ‘자애로운 정부’가 금융까지 복지수단으로 여겨 자꾸 뭔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