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녀가 어릴 때부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재산을 물려주는 ‘계획증여’가 늘고 있다. 국세청이 차명거래를 원천 금지하자 어린 자녀에게 금융자산을 증여하는 부자가 많아지는 추세다. 증여받은 사람의 연령을 보면 ‘10세 미만’은 2009년 1571명에서 2013년 1955명으로 384명(24.4%) 늘었다. ‘10세 이상, 20세 미만’도 같은 기간 3271명에서 3906명으로 증가했다. 한 번의 상속으로 끝내려는 경우보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단계적으로 꾸준히 증여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상속·증여세가 누진세율 구조이기 때문에 많은 재산을 한 번에 증여할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강화된 것도 금융자산 증여가 늘어난 배경이다. 현행 법은 이자나 배당 등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에 더해 최고 38%의 세율로 과세한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자산을 다른 가족에게 이전해 세금 부담을 피하거나 줄이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증여공제 한도가 늘어난 점도 금융자산 증여가 급증하는 이유다. 성인 자녀에 대해서는 10년 합산 증여공제 한도가 기존 3000만원에서 지난해 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10년마다 5000만원씩은 증여세를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김근호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은 “미리 계획을 세워 자녀가 어릴 때부터 증여하면 절세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