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자화폐인 ‘비트코인’ 거래의 보안을 위해 쓰였던 ‘블록 체인’ 기술이 최근 글로벌 금융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UBS JP모간 바클레이즈 등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가 잇따라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은행들이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손잡고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등 ‘블록 체인 열풍’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해외 금융그룹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블록 체인 기술을 도입한 뱅킹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록 체인 기술의 핵심은 누적된 거래 내역 정보가 특정 금융회사의 서버에 집중되지 않고 온라인 네트워크 참여자의 컴퓨터에 똑같이 저장된다는 점이다. 추가적인 거래가 일어나면 각 참여자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장부 자체가 인터넷상에 개방돼 있고 수시로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핀테크 보안기술 '블록 체인'이 뜬다
○매년 200억달러 비용 절감

블록 체인은 처음에는 비트코인의 거래를 위한 보안 기술로 활용됐다. 비트코인은 한때 미래 화폐로 각광받았으나 지난해 대형 거래 중개업체였던 ‘마운트곡스’가 석연찮은 이유로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다만 블록 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처럼 특허가 없는 오픈 소스인 데다 활용 가치가 적지 않아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 기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이다. FT는 블록 체인 기술을 적용할 때 은행들이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유지 보수와 보안에 따른 비용을 연간 200억달러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로마이오스 람 도이치뱅크 상품관리부장은 “각 은행이 주식이나 채권 거래를 실행하는 데 걸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거래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데 필요한 증거금의 규모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참여자를 일반인이 아닌 금융회사로 제한하는 블록 체인 기술도 나왔다. 미국계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인 ‘R3 ECV’는 JP모간 UBS 바클레이즈 등 22개 대형은행만의 공동 블록 체인 뱅킹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에서 블록 체인 기술을 금융과 접목하는 아이디어로 창업한 스타트업만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회사도 ‘잰걸음’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인 스트리미와 함께 블록 체인 기술을 적용한 외환 송금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KB금융지주는 블록 체인 기반 비트코인 거래소에 최근 15억원을 투자하고 해외 송금, 개인 인증서, 문서 보안 등 분야에서 기술 활용을 검토 중이다.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지금은 외환 송금을 하려면 글로벌 금융회사의 네트워크를 빌려야 하기 때문에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했지만 블록 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인터넷 망을 그대로 쓸 수 있어 비용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