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직원과 1:1 대화했다는 임지훈…논란에는 '도돌이표 소통'
[ 최유리 기자 ] "회사와 직접 연관된 사항이 아니다. 카카오의 미래를 얘기하는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해외도박설에 대한 임지훈 대표의 말이다. 카카오 내부와의 스킨십을 강조했던 임 대표는 정작 외부와의 소통에선 일방통행식 대답을 내놨다.

임 대표는 지난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위치한 본사 스페이스닷원 멀티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가 카카오의 수장이 된 이후 첫 공식석상이라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100여명의 기자가 참석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김범수 의장의 도박설, 감청 논란, 신사업의 골목 상권 침범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단연 김 의장의 도박설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최근 2년 간 미국에서 수차례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밑그림을 그리는 김 의장이 이슈의 주인공인데다 그간 카카오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던 문제다.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것은 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이슈"라는 언급이 전부였다. "회사 고위 관계자인데 연관이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도돌이표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임 대표의 생각과 다르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나 시장 투자자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김 의장의 도박설이 불거지던 시점에 카카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던 것은 이를 방증한다.

임 대표가 벤처투자사에 있을 당시 '사람'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투자 철학에 대한 공감대로 김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더욱 아이러니한 일이다.

임 대표의 최근 행보도 대내외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모습과 간극을 느끼게 했다. 취임 직후 카카오 내부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직원 100명과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텔미(Tell M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얘기도 편하게 하는 수평적 문화가 카카오의 힘이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새로운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내부 못지않게 외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조심스러운 것과 소통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다르다. 임 대표의 말대로 소통하는 문화가 카카오의 힘이라면 이를 외부에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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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