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훈 레이언스 사장(오른쪽)이 본사 연구소에서 직원과 디지털 엑스레이 핵심부품인 디텍터 개발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현정훈 레이언스 사장(오른쪽)이 본사 연구소에서 직원과 디지털 엑스레이 핵심부품인 디텍터 개발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다. 디지털 엑스레이의 심장은 ‘디텍터(detector)’다. 레이언스는 창업한 지 4년 만에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국내 최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5000만달러 수출탑을 신청한 상태다. 비결이 뭘까.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레이언스는 일반인에겐 생소한 업체다.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라는 특수한 부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디텍터는 치과에서 엑스선 사진을 찍으면 이를 영상신호로 바꾸는 핵심부품이다. 가로 세로 각각 17인치 정도 크기의 센서다.

동종업계에서 레이언스는 다크호스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는 2011년 창업한 뒤 이듬해인 2012년 1000만달러 수출탑, 2013년 2000만달러 수출탑, 2014년 3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올해는 5000만달러 수출탑을 신청한 상태다.

레이언스 현정훈 사장 "디지털 엑스레이 핵심부품으로 창업 4년 만에 5천만달러 수출 예상"
현정훈 레이언스 사장(57)은 “수출탑은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실적을 기준으로 하는데 올 연말에 5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침체로 교역이 줄고 수출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레이언스가 승승장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대 공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온 현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26년간 근무하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상무로 퇴직한 뒤 2011년부터 레이언스 사장을 맡고 있다. 레이언스는 치과용 영상진단장치 업체인 바텍의 사업부문에서 분리돼 세워진 회사다. 창업초기부터 현 사장이 대표를 담당하고 있다.

당초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 중 상보형금속산화물 반도체(CMOS) 기반의 디텍터 개발을 맡던 바텍의 해당 사업본부는 2007년 박막 트랜지스터(TFT)를 활용한 엑스레이 디텍터를 개발했다. 디텍터는 아날로그 엑스레이를 대체하는 디지털 엑스레이 진단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현 사장은 “아직 치과에선 아날로그 장비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디지털 장비의 시장점유율이 낮은 편”이라며 “그만큼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레이언스는 디텍터 개발에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핵심기술인 웨이퍼를 직접 설계한다. 2013년 자체 패널 개발에도 성공해 엑스레이 디텍터의 주요 핵심부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현 사장은 “TFT 방식과 소비전력이 적은 CMOS 방식 디텍터 기술을 갖고 있는데 이들 기술을 모두 보유한 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레이언스는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디텍터는 크게 메디컬용, 치과용, 동물용, 산업용 등으로 활용된다. 이 중 고속 동영상 촬영이 쉬운 CMOS디텍터는 유방암 진단기기, 덴탈용 CT, PCB 납땜 상태 검사 등에 쓰인다. 대형화에 유리한 TFT 디텍터는 흉부용 엑스레이, 동물용 엑스레이, 도로 및 건축물, 선박 등의 균열을 검사하는 비파괴 검사 등으로 사용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 회사는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에 관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용, 동물용, 산업용(비파괴검사장비용), 치과용 디텍터와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등이다.

현 사장은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춘 다양한 응용제품 개발능력과 핵심기술을 갖고 있어 덴탈용 작은 사이즈부터 메디컬용 대면적 디텍터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이언스의 지난해 매출은 779억원에 달했다. 모기업인 바텍에 대한 납품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레이언스는 올해 세계 최초로 ‘휘어지는 구강센서’도 개발했다. 현 사장은 “지금까지 구강 센서는 두껍고 딱딱해 엑스선 영상 촬영을 위해 센서를 구강 내 삽입 시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휘어지는 구강센서는 이런 불편과 통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국내 반도체 부품 패키징 업체인 하나마이크론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것이다. 현재는 시생산 및 임상테스트 단계로 조만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투자한다. 경영이념이 ‘행복 실현’이다. 현 사장은 “직원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임직원은 틈틈이 농구, 족구 등 다양한 구기 종목으로 구성된 체육활동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조직의 팀워크와 결속력을 다지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김낙훈 기자
김낙훈 기자
레이언스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직원 자녀를 회사로 초청해 아빠 엄마가 만드는 제품을 소개했다. 회사를 둘러보면서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 이해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 종합검진을 통해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 사장은 “작년부터는 금연 사업장으로 선포하고 흡연자에게 금연 용품을 지급해 금연을 독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동기부여를 위해 금연 성공자에게는 별도의 포상을 실시하고 해당팀에는 회식비를 2배로 지급하자 금연에 성공하는 직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언스는 ‘행복한 나눔’이 행복한 일터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사람, 동물, 자연, 지역사회를 테마로 다양한 사회공헌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경기 사회복지모금회에서 주관하는 ‘직장인 나눔캠페인’에 임직원이 가입해 매월 월급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성금은 한림대 동탄성심병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발달장애 및 희귀난치병 아동 치료비에 쓰인다. 뇌병변, 틱장애, 소아당뇨 등으로 고통받는 아동들이 시의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림대동탄성심병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현 사장은 “레이언스의 출발은 사람”이라며 “임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행복한 일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