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혼식, 행복한 노후
지난봄 강원도 정선의 푸른 보리밭에서 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과 친구들이 가마솥에서 끓인 국수를 나눠 먹으며 마치 소풍을 나온 듯 소박한 풍경이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작은 결혼식(small wedding)’이 늘고 있다. 비싸고 화려한 결혼식 거품을 걷어내고, 두 사람이 백년가약을 맺는 순간을 축복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이다.

한국의 결혼식은 비용이 많이 든다. 결혼 적령기의 많은 젊은이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다니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결혼비용이 약 5700만원이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2000만원 정도 더 든다고 한다. 결혼하면서 집이라도 한 채 장만하거나 전셋집을 구하려면 추가로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취업도 어려운데 결혼자금까지 감당하기는 쉽지가 않다. 결국 부모가 퇴직금이나 적금을 깨서 자식의 혼례를 치르게 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조사해보니 50세 이상 은퇴자들은 자녀의 유학자금, 결혼비용 등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상관없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자금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녀의 결혼식을 무리하게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작년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세대의 과반수(54.8%)는 이상적인 결혼비용이 1000만~3000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며, 자녀의 결혼비용이 부담스러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한 결혼비용 중에서도 예식 비용, 그중에서도 꽃장식과 스튜디오 촬영에 드는 비용이 가장 아깝다고 대답했다.

어떤 경우든 부부의 노후준비가 우선이다. 노후자금부터 확보한 뒤 여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자녀의 결혼비용에 보태는 것이 현명하다. 자녀의 결혼식, 예단, 예물에 드는 비용을 줄여 부부의 노후자금으로 비축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퇴직금까지 털어 자녀에게 화려한 결혼식을 치러주기보다는 노후자금을 아껴 노년기에 자녀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 자식을 진정 배려하는 길이다. 자녀들은 가능한 한 본인들의 힘으로 혼례를 치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인생 100세시대,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과 혼례를 치르는 방식에 있어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