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일본의 896개 지방자치단체는 소멸한다.”

[책마을] 저출산·고령화·도시화…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장관이 이끄는 일본창성회의 인구예측 보고서 ‘마스다 보고서’가 나오자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일본의 전체 시·구·정·촌(지자체 단위) 1799곳 중 절반가량이 인구 감소로 사라진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었다.

지방 인구가 급감하면 전체 인구도 유지될 수 없다. 도쿄 같은 대도시가 인구를 유지하는 이유는 출산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유입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10년 1억2806만명이던 일본 인구는 아무 정책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때 2050년 9708만명, 2100년 4959만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 세기가 지나기 전에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다. 보고서가 발표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방창생(地方創生)본부를 내각에 설치하고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아베 총리는 이 기구의 본부장을 맡고 전 각료가 참여하도록 했다.

《지방소멸》은 마스다 보고서를 기반으로 연구 및 논의 자료를 모은 책이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출간돼 20만부 이상 팔리며 경제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로 가파르게 접어드는 한국에서도 지방 인구 급감은 남의 일이 아니다. 대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저출산은 친숙할지언정 인구 감소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늘 붐비는 거리와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를 보며 지내서다. 대도시는 인구가 몰리는 ‘극점 사회’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인구 감소율도 지방에 비해 한동안 낮을 전망이다.

저자는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방 소멸’은 특정 시점부터 단숨에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젊은이가 사라지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지방 소멸이 진행되면 노인도 사라진다. 현재 지방에서 현금 흐름의 중추를 맡고 있는 것은 노인의 연금 수입이다. 노인 수가 줄면 편의점과 주유소, 상점 등이 문을 닫는다. 살기 어려워진 지방은 인적이 더 드물어진다. 대도시에 몰린 사람들이 한꺼번에 늙으면서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저자는 “도쿄권은 2040년까지 현재의 요코하마시 인구에 맞먹는 388만명의 고령자가 증가해 고령화율 35%의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일본의 출산율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이 급감하고 있어 전체 출생아 수는 감소 추세다. 도쿄 등 일부 대도시에 인구를 집중시켜 생산력을 높이는 방법은 먹히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초고령화가 닥쳤을 때 혼란에 빠진다.

저자는 지방을 살리는 해결책으로 여섯 가지 모델을 제시한다. 스키장이 많은 홋카이도 니세코마을은 2000년대 이후 보송보송한 눈인 ‘파우더 스노’로 외국인 관광객을 모아 1980년대 4500명 안팎에서 증감을 거듭하던 인구를 지난해 6월 4835명으로 소폭 늘렸다. 여섯 가지 모델 중 하나인 ‘산업개발형’에 해당하는 사례다. 공장이나 대규모 상업시설을 유치해 사람을 끌어모으는 ‘산업유치형’, 대도시 근교의 입지를 활용해 주거지로 주목받는 ‘베드타운형’ 등이 지방 거점도시를 육성하는 구체적 모델로 제안된다.

출산 자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육아 지원과 양성평등 정책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강조된다. 일본 사회는 육아 지원 서비스 부재와 기업문화 경직성 등으로 저출산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는 정책을 통한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거뒀다. 스웨덴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출산율이 1.5명에서 1.98명으로 회복됐다. 양성평등 정책과 육아 분담, 국가와 기업의 육아 지원 정책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구동됐기 때문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