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 택지지구 휩쓸고 재건축시장 도전…'주택 강자(强者)'로 급부상
[Real Estate]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 택지지구 휩쓸고 재건축시장 도전…'주택 강자(强者)'로 급부상
올해 부동산시장은 ‘주택업체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 주요 택지지구와 신도시에서 분양을 주도하는 건 다름 아닌 중견 주택업체다. 호반 중흥 우미 EG 모아 한양 대광건영은 호남권에서 출발해 전국 택지지구를 휩쓰는 건설회사들이다. 반도 동원 라온 아이에스동서는 경상도에 연고를 둔 주택 전문업체다. 수도권 업체 중에선 대방건설 유승종합건설 등이, 충청권에선 금성백조주택 대원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수요가 많은 택지지구에서 혁신적인 평면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해온 게 공통점이다.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추진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보유·운영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도 강화하고 있다.

10년 주기로 부침 거듭한 주택업계

[Real Estate]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 택지지구 휩쓸고 재건축시장 도전…'주택 강자(强者)'로 급부상
국내 건설시장에서 주택 전문업체들의 부침이 적지 않았다. 주택 전문업체의 본격적인 출범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익주택 우성건설 한신공영 등이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 강남 개발에 나섰다. 1980년대 후반 200만가구 공급 계획 발표 뒤 ‘대구 지역 4인방’인 청구 우방 보성 건영 등이 주택 강자로 급부상했다. 1980년대 설립된 월드건설 동문건설 현진 동일토건 등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전국에서 ‘메르디앙’ ‘에버빌’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 대부분은 부동산 침체기 때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지금은 대주주가 바뀌거나 사업 규모가 크게 줄어든 곳이 많다.

이처럼 주택시장에선 주택 경기 흐름과 맞물려 10년 단위로 건설회사의 흥망성쇠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개발사업은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분양·시공·입주까지 보통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에 장기간 노출돼 있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 과열이나 경제 위기 등에 따른 정부 정책 변화가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10년 이상을 버티는 기업이 드문 이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인허가 기간과 정책 변화 등 변수가 많아 주택업체들의 부침이 유독 심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위험 작은 택지지구 내 사업 추진

[Real Estate]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 택지지구 휩쓸고 재건축시장 도전…'주택 강자(强者)'로 급부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떠오른 주택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사업 위험이 작은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에서 아파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택지지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공사 등이 땅 인허가 작업을 끝내고 택지 조성까지 마무리하기 때문에 일반 민간 주택개발사업에 비해 사업 위험이 크지 않다. 호반·중흥·우미·EG·반도·대방건설 등은 올해 각각 8000~1만8000가구를 공급한다. 화성 동탄2신도시, 하남 미사강변도시, 의정부 민락2지구, 고양 삼송지구, 부천 옥길지구, 화성 송산그린시티 등 수도권 요지의 택지지구에 이들 건설회사 브랜드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들 건설회사는 내년 이후 아파트를 지을 땅도 상당히 확보한 상태다. 우미건설은 경기 안성시 용두지구, 전북 전주시 효천지구 등에서 5100여가구를 지을 수 있는 택지를 최근 사들였다. EG건설은 충남 내포신도시와 충북 오송2생명과학단지 등에서 아파트 1만460가구를 지을 수 있는 용지를 낙찰받았다.

상가 운영, 정비사업 등 새 먹거리 발굴

중견 주택업체는 2017년 이후 대규모 신도시 지정이 중단됨에 따라 재건축 사업 수주와 상업시설 운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에서 스트리트몰 ‘아브뉴프랑’을 임대 운영 중인 호반건설은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이 상가를 향후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반도·우미·중흥·요진건설 등도 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주상복합 등의 상업시설 일부에 대해 직접 임차인을 찾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건설회사는 도시 정비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부산 연산3구역 재개발 사업(1617가구·2583억원)에 이어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 사업(478가구·871억원)을 잇따라 수주했다. 우미건설도 정비사업 부문의 경력직 팀장을 영입한 데 이어 팀원을 추가로 뽑는 등 수주팀을 보강하고 있다. 호반건설도 일단 재건축·재개발팀을 꾸린 데 이어 광주 등지에서 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중산층용 기업형 임대사업(뉴 스테이)에도 반도건설 금성백조 등이 진출한 상태다.

이들은 아파트 품질 제고뿐만 아니라 직원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 출신 임원이나 중견 간부를 채용하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10년 기업’이 아닌 ‘100년 장수기업’이 되기 위해선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분양가격을 책정하는 등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