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조선시대 고시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선시대에 고위 관료가 되려면 두 가지 관문을 거쳐야 했다. 생원·진사시를 통과한 선비는 성균관에 진학하면 대과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대과의 초시(初試)와 복시(覆試)에서 붙으면 마지막 단계인 전시(殿試)를 치러야 한다.

전시는 복시 최종합격자 33명의 등수를 정하는 시험이다. 주로 왕이 당대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을 묻고, 선비들이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책문(策問) 방식으로 이뤄졌다. 책문은 단순히 입신양명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국가 비전과 앞날에 대해 왕과 젊은 인재들이 나눈 열정의 대화였다. 《책문》은 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등 조선 왕의 물음에 답한 선비들의 책문 중 오늘날 사람들이 읽어도 의미가 있는 13편을 뽑아 엮은 책이다.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하는 법, 인재 등용 원칙, 국가 위기 타개책부터 술의 폐해를 근절하는 방법이나 인생의 무상함을 묻는 질문까지 왕이 젊은 인재들에게 듣고 싶은 답은 많았다. 선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역사에 대한 성찰, 예비 관료로서의 식견을 왕에게 당당히 펼쳤다.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세종의 책문에 성삼문은 “역사의 사례에서 배울 것”을 강조했다. 신숙주는 “언로를 열어 직언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석형은 “작은 의견도 놓치지 말고 들을 것”을 방안으로 내놨다.

직언과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가장 시급한 나랏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광해군에게 임숙영은 “왕비와 후궁들이 권력을 좇아 농단하는 것은 살피지 못하고, 재상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지 못한다”는 글로 답했다. 광해군은 크게 화를 내며 급제자 명단에서 임숙영의 이름을 지우려고 했지만 당시 영의정 이덕형과 좌의정 이항복 등은 넉 달이 넘도록 광해군을 설득한 끝에 임숙영을 합격자 명단에 올렸다. 목숨을 걸고 왕의 잘못을 비판하는 젊은 인재, 이런 이를 보호하고 감싸안으려는 정승. 이것이 조선 선비의 힘이었다.

저자는 “선비들은 관료로 출사하는 첫 관문에서만큼은 지식인으로서 시대적 과제를 자임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책을 추천한 박현경 교보문고 광화문점 북마스터는 “왕을 면접관으로 두고 시대의 핵심이 되는 논의를 해야 한다면 긴장감이 매우 컸을 것”이라며 “조선시대 젊은 인재들이 출사를 준비하면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논지를 펼쳤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