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예능, 완벽 부활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13일 방송 10주년을 맞아 멤버들이 태국 방콕에서 포상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방영했다. 멤버들은 해외에서 ‘극한 알바’를 마친 뒤 가진 달콤한 휴식인지 알았지만 ‘따귀 마사지’와 ‘무에타이’ 등 다양한 ‘도전’에 참여해야만 했다. 실질적인 휴식시간은 반나절. 멤버들은 늘 힘겨운 과업을 지워주는 김태호 PD에게 분노(?)를 폭발하기도 했지만 그 모습조차 시청자들을 웃겼다. 멤버들을 이렇게 극한으로 몰아세우는 방식이야말로 ‘무한도전’을 관통하는 웃음의 기반이다. 열심히 일한 멤버들의 의미 있는 휴식을 내보낸 이날 시청률은 16.0%(TNmS,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MBC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다. 간판 예능인 ‘무한도전’(토요일 오후 6시25분), ‘황금어장-라디오스타’(수요일 밤 11시15분), ‘나 혼자 산다’(금요일 밤 11시10분), ‘마이 리틀 텔레비전’(토요일 밤 11시15분)이 동시간대 1위를 달렸다. ‘일밤-복면가왕’(일요일 오후 4시50분)과 진짜 사나이(일요일 오후 6시15분)도 상위권이다.

‘들리는 TV’를 주제로 매주 새 출연자를 초대하는 토크쇼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지난 10일 시청률 7%를 기록했다. 목소리 하나로 무대를 장악한 뮤지컬 스타 옥주현, 이지훈, 신성록, 김수용을 초대해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5분을 넘기기 힘들었던 ‘자투리’ 코너에서 출발해 국내 최고의 ‘버라이어티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MC들의 재치 있는 입담과 매주 특별한 손님들이 전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나 혼자 산다’도 지난 12일 9.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이 프로그램은 스타의 진솔한 일상으로 재미를 준다. 스타들도 일상에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진짜 사나이’는 한층 실감 나는 군 생활을 보여준다. 최근 SSU(해난구조대) 편은 멤버들이 눈물을 쏙 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스타와 각계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앞세워 PD 겸 진행자로 인터넷 생방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3일에는 홍석천의 중국 요리, 백종원의 함박 스테이크 만들기, 김구라의 미술 잡담, 키(그룹 샤이니 멤버)의 애견 키우기 코너에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인터넷 방송을 예능의 한 형식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다.

지난 14일 시청률 14.9%를 기록한 ‘일밤’의 새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가린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 중 가장 진화한 포맷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예상을 뒤엎는 섭외에 패널들의 재치 있는 입담이 곁들여져 맛깔스러운 재미를 선사한다.

이들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는 출연자의 행동에 함께 놀라고 고민하며 웃으면서 삶의 위로를 받는다. 형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진정성을 추구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흥우 MBC 예능국장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가장 큰 원칙은 진정성”이라며 “진정성에는 사람을 크게, 멀리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