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형상. / 영남대 독도연구소 제공
독도 형상. / 영남대 독도연구소 제공
[ 김봉구 기자 ] 독도 문제가 법리적으로는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초기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추진하는 일본 측 전략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8일 열린 영남대 독도연구소 개소 1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발표자로 나선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ICJ 제소 움직임에 한국은 결코 응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국제사법재판소의 관할권’로 발표한 제 교수는 “법리적으로 보면 이미 한일 양국 분쟁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분쟁관리 전략상 우리는 ‘분쟁이 존재하지 않으며 분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게 현명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무시 전략이 최선이다. 한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일본이 아무리 ICJ에 의한 해결을 원할지라도 실현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ICJ의 관할권 행사는 당사국 동의가 지배적 원칙이다. 따라서 일본의 일방적 ICJ 제소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한일 간 분쟁 해결과 관련된 포괄적 재판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양국 간 체결되는 특정한 조약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ICJ 관할권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인정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조항도 설정해선 안 된다.

제 교수는 무시 전략과 함께 만약에 대비한 외교전과 논리적 대응도 주문했다.

그는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를 분쟁화 시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호소하고, 이를 매개로 ICJ에 한국을 끌고 가는 시나리오를 강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독도 문제의 안보리행을 사전에 저지하고 무력화하는 외교적 대응책을 강구하고, 만일 안보리에 회부돼 ICJ 제소 등을 권고하더라도 안보리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 교수는 또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비롯해 국제 시민사회에 독도 영유권이 한국에 있음을 널리 알리는 외교전 등을 통해 우군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ICJ 제소 제의를 거부할 때도 치밀한 국제법적 논리를 세워 세련된 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ICJ가 선고한 영토분쟁 판례 등을 세심하게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광복 후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쟁점’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영남대 독도연구소와 경상북도가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했다.

최재목 독도연구소장은 “최근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시하는 등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 시도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역사 왜곡의 실상을 밝히고 독도 연구자들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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