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줄줄 샌다
실업급여를 부정하게 타가는 ‘세금도둑’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부정 수급자만 2만2000여명(131억원)에 달했다. 실업급여 수급자 100명 중 두 명꼴이다. 정부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혈세가 줄줄 새는 상황에서 정부가 4조원대인 실업급여 재원을 7조원대로 늘릴 것을 검토하고 있어 특단의 기금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0일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 수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실업급여액은 4조1561억원, 수급자는 125만2677명이었다. 이 가운데 부정 수급액은 131억원으로 전체의 0.3%, 부정 수급자는 2만2126명(1.8%)이었다.

실업급여 줄줄 샌다
부정 수급자와 수급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2만946명(112억원)이던 부정 수급 적발 인원이 2013년에는 2만1736명(11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만2126명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악의 취업난으로 해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부정 수급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며 “적발된 액수만 131억원이지, 실제 부정 수급 규모는 파악이 힘들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제도는 △이직 전 18개월 중 6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비자발적으로 이직했으며 △적극적으로 구직 노력을 하는 경우에 한해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를 90~240일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하루 기준 최고 4만3000원이며 하한액은 최저임금(2015년 현재 시간당 5580원)의 90%인 4만710원이다.

대표적인 부정 수급 수법은 두 가지다. 실직 뒤 재취업했음에도 이를 숨기는 행위와 이른바 ‘위장 취업’ 또는 ‘위장 퇴사’로 불리는 허위 자격 취득 또는 상실 신고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고도 권고사직이나 해고 등 비자발적 사유로 실직했다고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직자 또는 사실상 구직 포기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여전하다. 실직 후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다른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거나 면접에 참가하는 등 적극적인 구직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형식적인 구직 행위를 하는 경우다. 실직 후 재취업할 수 있는데도 최저임금(월 116만원) 이상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일부러 취업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컴퓨터부품 제조업체 사장 김모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경력사원을 뽑기 위해 공고를 냈고 괜찮은 지원자가 있어 채용하겠다고 통보하자 “입사할 생각은 없고 다음에 오겠다”고 대답했다는 것. 이유를 묻자 이 지원자는 “실업급여를 타려면 구직 노력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온 것이지, 입사를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다”며 “실업급여를 최대한 타 먹고 좀 더 여행이나 다니다가 (괜찮은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실업급여 부정 수급이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점점 지능화, 조직범죄화하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월 건설현장 특별 점검을 벌여 공사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지 않았음에도 현장소장·작업반장 등과 짜고 고용보험 납부 내역을 허위로 신고한 뒤 실업급여를 받아온 22명을 적발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작업 현장이 자주 바뀌는 건설업 특성상 확인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적게는 2회, 많게는 5회까지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부정 수급액은 1억6000만원이었다.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의 실업인정센터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은 한 곳당 2~3명으로 직원 한 명이 많게는 하루에 100명 가까이 실업자 여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정 수급 자동경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6개 광역청에는 기획조사를 위한 부정수급 전담과까지 만들었지만 한계가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기 위해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모한 경우 수급액의 다섯 배(현재 두 배)까지 환수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부정 수급 조사관이 수사권을 갖도록 법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백승현/윤희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