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전 국악…임헌정 "더 후벼파는 소리 내라"
임헌정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62·사진)은 내내 구성진 가락을 요구했다. ‘아리랑 환상곡’ 연주를 듣다가도 밋밋한 소리가 들리면 즉시 손짓으로 멈췄다. “그런 가락은 우리나라 음악에서 못 들어본 것 같아요. ‘뱃노래(안경수 곡)’에서도 ‘에헤야하, 허그야’ 하는 부분이 있죠. (앞부분을 강조해) ‘허, 그야~’ 해야지, 모든 부분을 다 똑같이 ‘허그야…’ 하면 힘이 없어.”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지난 10일 진행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제63회 정기연주회 연습 현장. 지휘자 임헌정과 단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휘봉 끝이 다시 움직이자 한결 구수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임헌정은 국내 ‘말러 신드롬’의 주역이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재임 시절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1988년 정단원 다섯 명에 불과했던 부천필하모닉을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맡아 2013년까지 25년간 키웠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2003년), 슈만과 브람스 교향곡 전곡(2010년) 등 꾸준히 한 작곡가에 천착하는 고집스러움 덕분에 국내 최고의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그의 신조는 ‘변화’다. 이번 도전도 국악과 그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난생처음 경험해보는 악기 편성이지만 완벽주의자의 면모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더 후벼 파는 소리, 우물에서 깊이 파올리는 소리를 내라”며 단원을 수시로 채근했다.

오는 17일 정기연주회에 오를 곡은 네 곡. 지난달 19일 별세한 강준일 작곡가의 마지막 국악관현악 작품 ‘내 나라, 금수강산…’이 그 첫 번째다. 아르보 패르트의 ‘프라트레스’는 처음으로 국악관현악으로 선보인다.

재독 작곡가 정일련이 궁중음악 수제천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곡한 ‘천(天)-헤븐(Heaven)’ 초연도 예정돼 있다.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으로 끝을 맺는다.

국악이든 서양 음악이든 일관된 가치는 있다. 임헌정은 “지휘할 때나 수업할 때 강조하는 아름다움은 구조를 통한 아름다움”이라며 “순간의 아름다움보다 클라이맥스와 호흡, 마무리 등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