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하고 정말 행복했을까?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린 시절에는 기분 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지만 머리가 굵어진 뒤로 이런저런 궁금증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궁전에 들어가 문화충격을 받지는 않았을까’ ‘출신 때문에 왕이나 왕비와 갈등을 겪지는 않았을까’ 등의 질문들 말이다.

SBS가 지난달 23일부터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30부작)는 사람들의 이런 물음에 답을 주고 있다.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답지 않다. 성인용 ‘잔혹동화’에 가깝다.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의 뒷이야기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한국 최대 로펌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인 한정호(유준상 분)와 그의 아내 최연희(유호정·사진)다. 단순한 로펌이 아니다. 한정호는 법조인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 교육을 받고 자랐다. 막후에서 정계 인사까지 관여하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겸손한 신사지만 속에는 귀족과 서민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상류층의 특권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최연희는 재벌 집안의 인물로 고상한 모습을 보이지만 때때로 분을 이기지 못하고 화를 터뜨린다.

이들은 하나뿐인 아들 한인상(이준 분)을 자신들처럼 키우려고 하지만 정작 그는 평범한 소시민 집안의 딸인 서봄(고아성 분)과 사랑에 빠진다. 고등학생인 이들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자 한정호, 최연희 부부는 둘을 떼어놓으려고 갖은 술책을 쓴다. 하지만 결국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서봄은 한인상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한정호는 서봄에게 “사법고시에 합격해야만 결혼을 인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서봄은 이를 위해 고시 준비에 매진한다.

드라마는 상류층을 대표하는 한정호와 최연희의 위선과 이중성, 이로 인해 나타나는 부조리를 꼬집는다. 지난 23일 방송분에선 한인상의 아들 진영의 100일 잔치 장면이 그려졌다. 이 행사는 한정호 집안의 가풍에 따라 타임캡슐에 조부모의 신탁증서를 넣고 밀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영의 이름으로 공익재단, 예술재단에 기부증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마무리는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클래식 공연장 발코니석에 진영의 이름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친정엄마가 보내온 수수팥떡을 한정호, 최연희를 제외한 집안 사람들이 즐겁게 나눠먹는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매주 최고 시청률 경신

‘풍문으로 들었소’는 ‘밀회’와 ‘아내의 자격’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작품이다. 아내의 자격은 서울 대치동을 배경으로 ‘강남 아줌마’들이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경쟁을 그렸다. ‘밀회’에선 클래식 음악계로 범위를 좁혀 이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비판했다. 상류층의 권위의식과 이들의 촘촘하면서도 은밀한 관계를 폭로하는 일관적인 모습을 보였던 셈이다.

전작이 잇따라 성공한 데 이어 ‘풍문으로 들었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3일 방송된 9회는 10.7%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보다 다소 처진 숫자지만 지난달 23일 첫 방송 이후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넷째주 콘텐츠 파워지수 순위에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