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가 경찰의 체포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가 경찰의 체포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5일 오전 7시35분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들어섰다. 통일운동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 관계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서였다. 행사장 헤드테이블에 자리 잡은 리퍼트 대사는 이주영·장윤석 새누리당 의원 및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과 인사를 나누며 조찬의 첫 메뉴인 수프로 식사를 시작했다. “둘째도 서울에서 낳고 싶다”는 가벼운 농담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오전 7시40분께, 헤드테이블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55)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김씨는 악수를 청하는 줄로 알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리퍼트 대사를 밀어 넘어뜨린 뒤 준비해 간 25㎝ 길이의 과도를 휘둘러 얼굴과 손 등을 수차례 공격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장 의원은 “1~2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며 “김씨가 리퍼트 대사를 덮칠 때가 돼서야 상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주변 참석자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곧바로 김씨를 제압했지만 이미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과 왼쪽 손을 크게 다친 뒤였다. 리퍼트 대사는 손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아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인근에 있던 경찰 순찰차를 타고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은 뒤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2시간30분 동안 수술을 받았다.
리퍼트 "나는 괜찮아…한·미동맹 위해 곧 복귀, 같이 갑시다"
심각한 부상에도 리퍼트 대사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수술을 마친 뒤 트위터에 “잘 있고 상태가 아주 좋다. 한·미 동맹을 위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돌아가겠다. 같이 갑시다”라는 글도 남겼다.

미 대사관 경호팀과 행사 관계자들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던 김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넘겨져 서울 종로경찰서로 압송됐다. 체포 당시 김씨는 “왜 전쟁훈련합니까. 전쟁훈련하면 우리나라 통일 안 됩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김씨는 범행 경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혼자 범행했고 강연회 초청을 받은 뒤 열흘간 계획을 짰다”고 답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행사장에 입장해 4분여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은 “김씨는 행사 관계자가 달아준 이름표를 갖고 있어 행사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초 김씨는 민화협이 보낸 초청장에 회신을 하지 않아 강연회 참석 명단에는 이름이 없었다. 현장에서 근무하던 종로서 서모 정보관이 김씨의 입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행사 관계자로부터 “김씨도 회원이라 괜찮다”는 답을 받았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해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홍선표/은정진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