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왼쪽부터), 이상민 위원장, 전해철 야당 간사가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처리 방안을 놓고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일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왼쪽부터), 이상민 위원장, 전해철 야당 간사가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처리 방안을 놓고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3일 국회에서 처리됐지만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합의를 통해 법 적용 대상이 애초 국민 18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줄었으나, 법 기준이 포괄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현실 적용 사례와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금품에 해당하는 것은?

금전·유가증권·부동산·물품·숙박권·회원권·입장권·할인권·초대권·관람권·부동산 등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 채무 면제·취업 제공·이권 부여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해당한다.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되거나 지위·직책에서 유래하는 영향력을 통해 요청받은 교육, 홍보, 토론회, 세미나, 공청회에서 한 강의, 강연, 기고 등의 대가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초과한 사례금을 받아서도 안 된다.

▷개인사업을 하는 A씨가 친구인 공무원 B씨에게 결혼 선물로 100만원이 넘는 냉장고를 사줬다면.

금품 수수 금지 예외 조항으로 경조사비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경조사비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박계옥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문제지만 100만원이 넘는 과도한 선물은 소액 금품 수수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며 “5만~10만원 정도의 축의금은 사교나 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이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란법과 별도로 ‘공직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접대비 상한선은 3만원, 경조사비 상한선은 5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김영란法 통과] "100만원 넘는 결혼선물 받은 공직자, 과도한 경조비로 처벌"
▷부인이 남편 몰래 업체가 선물한 13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받았다면 공직자 남편은 어떻게 되나.

부인이 100만원을 넘는 고가 선물을 받았더라도 남편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만약 검찰 등 처벌 기관이 직접 나서 남편이 이 사실을 인지했다는 정황을 입증해낸다면 처벌할 수 있다. 김영란법과 별개로 부인은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이 출입기자 3명과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한 비용 등 160만원을 계산했다면.

금품 수수액은 총액을 참석자 수로 나눠 계산한다. 이 경우 1인당 금품 수수액은 총액의 4분의 1인 40만원이다. 기사 청탁 등 직무 관련성이 입증된다면 금품 수수액이 1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기자들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과태료 액수는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논의대로라면 2배(80만원)에서 최고 5배(200만원)가 된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교수에게 ‘자녀의 학점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면.

학생 본인이 교수에게 학점을 올려 달라고 한 경우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3자인 부모 등이 이를 요청했다면 부정청탁이다. 부모의 요청을 받아 학점을 올려준 교수는 과태료 최대 3000만원, 부정청탁을 한 부모는 최대 1000만원을 문다.

▷공무원이 대기업의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경품 추첨으로 300만원짜리 TV를 받았다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이나 경연·추첨 등을 통해 받은 보상 또는 상품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공무원의 아들이 해당 부처 산하기관 직원에게 100만원 이상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면.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을 공직자와 그 배우자로 한정했다. 해당 고위 공무원은 김영란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아들은 뇌물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담당 공무원인 A씨가 업체로부터 연간 300만원 이상의 콘도·호텔 숙박 혜택을 받았다면.

업체가 1년간 제공한 총혜택이 300만원을 넘으면 처벌 대상이다.

▷공무원이 지역주민으로부터 ‘증축 허가를 받으려 하는데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

자신이 직접 관련 있는 분야에 대해 문의한 것은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증축 허가가 어려운데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면 부정청탁이 될 수 있다.

▷공직자가 친구인 기업체 임원에게 아들 취업을 부탁했다면.

부정청탁 처벌은 공직자에게 청탁한 경우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공직자가 권한을 이용해 압력을 넣었다면 처벌된다.

이정호/고재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