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2잔값=청바지 1장
‘커피 두 잔값에 새 청바지를 사세요.’

이랜드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는 이런 문구를 내걸고 1만2900원짜리 청바지를 판매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1.2.9 저스트 진’이란 이름의 이 제품은 염색 과정과 장식을 최소화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리바이스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에 10~20대가 몰리면서 첫 생산물량 10만장이 한 달여 만에 매진되자 10만장을 추가 생산했다. 스파오 관계자는 “이 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스파오의 전체 청바지 매출이 한 달 전보다 150% 뛰었다”고 말했다.

커피 2잔값=청바지 1장
봄을 맞아 패션시장에 청바지 가격 경쟁이 불붙었다. 업체마다 올봄 청바지 물량을 작년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세 배 이상 늘려 잡았고 2만~3만원대 제품을 주력으로 밀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청바지는 계절에 관계없이 여러 옷과 맞춰 입을 수 있어 불황일수록 수요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도 3만9900원짜리 ‘탑 데님’을 내놓고 저가 청바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슬림 핏을 위주로 총 16만장을 찍어냈다. 일본 SPA 유니클로는 최저 4만9900원에서 시작하는 청바지 신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전지현과 현빈을 모델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SPA 업체들은 청바지의 품질이 해외 유명 브랜드 못지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도레이, 가이하라 등 세계적 원단업체와 협력해 기존 청바지에 비해 무게는 20% 줄이고 신축성은 15% 높였다고 설명했다. 탑텐은 터키산 최고급 청바지 원단을 쓰면서 값은 유니클로보다 20% 이상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SPA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캐주얼 의류 업체들도 가격을 기존보다 1만~2만원씩 낮춘 청바지를 기획상품으로 쏟아내고 있다. 지오다노는 남성용 3만9800원, 여성용 2만9800원 제품을 출시했고 베이직하우스도 3만9900원짜리 저가 청바지를 처음 선보였다. 행텐은 청바지 생산량을 지난해 3만장에서 올해는 10만장으로 늘려 잡았다. 스키니 진을 중심으로 2만9900~4만9800원에 판매한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SPA는 철저한 비용 절감으로 판매가를 낮추면서 브랜드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며 “유명 수입 브랜드들은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고가 정책을 고수해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에서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진, 게스 등의 매출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1~2년 전부터 세일 기간 할인 폭을 키우고 ‘1+1’ 행사를 벌이는 등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SPA의 저가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청바지의 대명사’ 격인 리바이스가 올봄 501 시리즈 후속작으로 출시한 ‘501CT’는 정가가 11만8000원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