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엄마와 직장인 사이에서 외로운 줄타기
일하는 엄마들에겐 병이 하나 있다. 직장과 집에서의 역할이 너무 달라 생기는 ‘역할 차이병’이다. 회사에선 맡은 업무를 완수하는 당당한 직장인이지만 집에만 가면 모든 게 죄스러운 엄마가 된다.

‘아플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 ‘저녁 같이 먹어주지 못해 미안해’. 워킹맘은 늦은 밤 퇴근 후 잠든 아이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난 지 오래지만 여자와 엄마 사이의 역할 부조화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는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54)이 30년간 여성 공무원으로 일하며 겪은 고충과 소회를 담았다. 책 후반부에는 2001년 첫발을 디딘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호주제 폐지, 아이돌보미 제도, 한부모 가정의 아동양육 지원제도 등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저자는 23세 때 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보육정책국장, 가족정책국장, 대변인 등을 거쳤으며 여성가족부에서 최초로 여성 차관을 지냈다.

저자는 30년 공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직장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꼽는다. 그는 “직장 중심으로 가정을 희생하면서 일해야 했기에 너무 힘들고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했다”며 “마음 한구석에 늘 미안함과 불안감을 갖고 직장생활을 했다”고 회고한다.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없을까. 그는 “젊었을 때 한 번은 마음먹은 것을 꼭 해내야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은 또 다른 자신감을 낳는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을 견디며 이뤄낸다면 평생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