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31개월째 흑자 이어갔지만…중국 내 가공무역 부진…3분기 수출 3.3% 급감
세계적인 경기 부진에도 굳건하게 버텨줬던 수출이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스마트폰 등의 해외 생산분을 포함한 수출 증가세가 3분기에 크게 꺾였다. 수출전선에서 큰 몫을 담당해온 가공무역, 중계무역 여건이 특히 좋지 않다. 경상수지가 2년7개월째 흑자행진을 했지만 지속적인 수출 호조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통관 기준 수출보다 저조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76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 72억달러 흑자보다 4억2000만달러(5.8%) 늘어난 수치다. 올해 1~9월 누적으로는 618억6000만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550억4000만달러)보다 12.4% 증가했다.

31개월째 흑자 행진은 이달 초 예견됐다. 당시 관세청이 집계한 통관기준 9월 수출은 477억5000만달러로 전월에 비해 3.5% 늘었다. 수입도 443억2000만달러로 3.4% 증가해 ‘불황형 흑자’ 논란을 일부 잠재웠다.

하지만 이날 한은의 국제수지 통계에서 드러난 9월 수출증가율은 전기 대비 0.8%에 그쳤다. 노충식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통관 기준 통계엔 잡히지 않는 해외생산분의 수출이 다소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9월은 7~8월 휴가철이 끝난 직후라 수출이 대개 늘어난다.

◆3분기 상품 수출 감소폭 커

통관 기준 수출과 국제수지 간 차이가 이처럼 큰 것은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2003년 4.6%에서 2012년 18.0%까지 높아졌다. 주력인 스마트폰은 80%에 육박하고 자동차도 지난해 기준 47.6%에 달했다. 통관 기준 통계는 한국 국경을 경계로 수출입을 집계해 이들 해외생산분을 일부 놓치게 된다.

한은이 올해 도입한 국제수지 통계방식(BPM6)으로는 중국 등지의 해외생산분도 모두 수출입에 잡힌다. 지난해 상품수지는 가공무역(국내 기업이 해외 가공업자에게 임가공료를 주고 완제품을 제작)을 통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 흑자 규모를 73억달러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수출효자’들의 역할이 예전만 못해졌다. 중국이 단순 가공조립 생산을 제한하면서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등 국내 가공무역 품목들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샤오미 등 현지 중국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계무역(타국 현지기업에 제품생산을 의뢰해 완제품 수출) 여건도 어려워졌다. 지난 9월 중계무역 순수출은 1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적었다.

분기별 국제수지로 보면 ‘이상 신호’는 뚜렷해진다. 3분기 상품 수출(계절조정 기준)은 전기 대비 3.3% 줄었다. 1분기(1.4%), 2분기(-0.1%)에 이어 악화한 수치다. 최근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부문 생산이 전기 대비 2.6% 감소한 배경이다.

◆연말까지 안심 못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갈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7.4% 급증했다”며 “이들의 제조업 투자 비중은 88.6%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진출한 다른 국가 기업들이 서비스업 등 다른 유망산업에 진출한 것과 정반대 방향이다.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통관 수출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원화 강세와 엔저(低)가 겹친 데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뎌서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 고성장을 이끌던 석유화학 조선업에 이어 정보기술(IT)까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며 “올해 1.0%포인트인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내년에 0.2%포인트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