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기업 개혁, 민영화가 근본 처방
국민에게 유용한 공공서비스를 창출하는 기관이 국민의 질시와 비판을 받게 된 데에는 공기업의 내재적 요인에 기인한 바 크다. 성과 부진과 방만 경영, 과도한 복지와 파행적인 노사 관계 등이 손꼽히는 문제들이다. 역대 정부마다 공기업 혁신을 내걸었지만, 병폐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힘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힘들 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대정신 주관으로 4개월간 공기업 경영실태를 진단하고 혁신방안을 도출하는 연구가 있었다. 그 결과 그동안 제기된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여러 문제점이 사실로 확인됐다.

첫째, 상당수 공기업이 지나치게 과다한 복리후생을 지원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을 특별채용하는 직장 대물림은 물론, 퇴직금 이외의 과도한 가산금 지급과 20년 이하 근무자까지 명예퇴직금을 편법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기관장 연봉이 최근 4년 사이 두 배로 폭등해 3억원을 웃돌거나, 본인뿐 아니라 직계 가족의 교육비 및 의료비를 과다하게 지원하는 곳도 많았다. ‘신의 직장’이라 부를 만했다.

둘째, 노조가 경영권을 침해하는 등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도 상당수 발견됐다. 탈법적인 단체협약이 문제였다. 근로조건 저하 금지를 명시하거나, 노조원의 승진인사를 노조와 사전 협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었다.

셋째, 시장형 공기업은 최근 5년간 적자가 누적되고 부채가 증가해 순이익이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해외투자와 공공요금 동결, 과도한 임금과 성과급 지급 등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적됐다.

넷째, 공기업의 재정 악화는 긴급 처방이 필요할 만큼 심각했다. 주요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재무제표를 비교한 결과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매우 열악했다. 더 큰 문제는 개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부채상환계수를 보면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LH(토지주택공사),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등은 20% 이하로 위험수준이다.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도로공사 등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는 낮고 비용은 과도한, 생산성이 매우 낮은 공기업의 총체적 혁신이 절실한 때다. 먼저 정부에서 공기업의 보수 및 복리후생에 대해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의 준수여부를 경영평가 및 성과급 지급 수준과 연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조의 경영권 침해 및 탈법적인 노사협약 고리를 끊는 게 시급하다.

둘째, 공기업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방만하게 기능 확대를 하지 않도록 주기적인 기능 점검을 통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어해야 한다. 선거 공약사업 등을 공기업에 전가하는 악폐도 개선해야 한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나 과도한 부채 발생의 원인 제공자가 정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에서 경영책임을 분명히 하는 경영협약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셋째, 공기업의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부채관리를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공기업 부채를 일반 정부부채로 전환하거나 공적 자금의 투입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획기적인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사업의 부분적 민간위탁이 아닌, 과감한 민영화 추진도 검토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민영화한 공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진 실증 사례를 눈여겨보자. 정부의 재원조달이 한계에 봉착하고 현실적으로 공적 자금 투입이 어렵다면 근본적 처방으로 민영화를 시도해 볼 만하다.

공공성과 영리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공기업의 숙명이다. 적자기업이라면 공기업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경쟁시스템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정부와 국회, 공기업은 이런 큰 방향성을 공유한 뒤 성역을 두지 말고 공기업 혁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하길 바란다.

박경귀 <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