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설치작품 ‘태양의 도시Ⅱ’ 앞에 서 있는 이불 씨.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대형 설치작품 ‘태양의 도시Ⅱ’ 앞에 서 있는 이불 씨.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예술이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인류의 역사적 사건들과 결합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예술일지라도 그 자체를 항상 희망으로 보는 까닭이지요. 끊임없는 실패를 통해 단단하게 완성되는 게 예술이지요.”

30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시작하는 설치 작가 이불 씨(51)는 최근 자신의 시각예술에 대한 원칙을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현대자동차가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중견 작가 한 명을 후원하는 첫 번째 전시회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인류의 역사적 사건들과 결합시킨 신작 ‘태양의 도시Ⅱ’ ‘새벽의 노래Ⅲ’ 등 대규모 설치작품 두 점을 내놓았다. ‘태양의 도시Ⅱ’는 거울과 전구, 철 등 다양한 소재로 꾸민 길이 33m, 폭 18m, 높이 7m 규모의 대형 작업이다. 작품 내부에 다각도로 세워둔 거울에 공간이 반사되도록 해 무한의 이미지와 신비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새벽의 노래 Ⅲ’는 발광다이오드(LED)조명과 안개를 활용해 인간의 삶과 죽음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수직의 탑 및 공간에 스며든 빛과 안개는 드러냄과 사라짐을 반복하며 생성과 변화, 죽음의 의미를 관람객에게 던진다. 이씨는 부대행사로 문화계 인사와 함께 진행하는 크레이티브 토크쇼 형식의 작가와의 대화와 학술대담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거울 면들의 반사와 굴절로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 안에 유토피아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도전과 실험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간이 갖고 있는 미래의 비전과 희망을 미술로 표현하려고 했다”며 “작품 속에 어떤 요소가 있는지, 내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관람객이 궁금해한다면 내 소임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990년대 이후 역사적, 사회적 현상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기반으로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뉴욕현대미술관, 뉴뮤지엄, 구겐하임미술관, 퐁피두아트센터, 모리미술관 등 유수의 해외미술관 전시에서 세계 미술계의 격찬을 받았다. 전시는 내년 3월1일까지. (02)3701-9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