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日 양적완화 속도 너무 빨라"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한 우려를 국제사회에 전달했다. 앞으로 일본은행이 통화 공급량을 계속 늘려 엔저(低)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이를 둘러싼 한중일 간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두 달 새 엔·달러 환율은 7% 넘게 상승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약세를 보였다. 한국이나 중국의 수출 기업들로선 일본 수출 기업들보다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호주 휴양도시 케언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가 끝난 뒤 22일 기자 간담회를 하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일본의 양적완화 속도가 너무 빨라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중국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서도 이 같은 주변국의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구로다 총재에게 언제까지 이렇게 돈을 찍어낼 것인지 물어봤더니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라는 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안팎의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일본에서는 20년 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아 젊은이들이 물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며 “이런 인식 아래에서는 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일본 정부에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한 급격한 엔저가 한국과 중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경제 불균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최 부총리의 지적이다. 한국 내 주요 연구기관도 엔저현상이 이미 수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8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108.69엔에 달했다. 상승세가 처음 시작된 7월18일(101.34엔)보다 7.3%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4% 오르는 데 그쳤다.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3.1%, 필리핀 페소화 2.1%, 싱가포르달러화 2.1%, 대만달러화는 1.4% 상승했다. 홍콩달러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는 각각 4.4%, 1.1%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엔화는 약세 폭이 가장 컸다.

엔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정부의 소비세 인상 여파로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1%(연율)로 곤두박질치는 등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최 부총리는 또 예산안이 국회에서 조기에 통과되도록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관련 법안이나 예산안, 세법 등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산다는 각오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언스(호주)=임원기/마지혜 기자 wonkis@hankyung.com